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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시간은 많고 지갑은 얇다면…가을·바람·음악축제 ‘강촌’ 어때?

등록 2022-09-10 13:05수정 2022-09-12 17:07

ITX청춘 타고 1시간 ‘뚜벅이 여행’ 코스
북한강변, 자전거·스쿠터 등 놀거리 많아
23~25일엔 발라드축제 ‘발라당 페스티벌’
젊은 시절 낭만과 모꼬지(MT)의 추억이 담긴 경춘선이 레일바이크로 다시 태어났다. 강촌레일바이크를 탄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철길을 달리는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강촌레일파크 제공
젊은 시절 낭만과 모꼬지(MT)의 추억이 담긴 경춘선이 레일바이크로 다시 태어났다. 강촌레일바이크를 탄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철길을 달리는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강촌레일파크 제공

마스크 사이로 얼굴에 닿는 가을바람이 선선하다. 여름휴가를 갔다 온 적이 있긴 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무렵 다가온 한가위 연휴 4일. 해외여행을 떠나기엔 짧고, 고물가 시대에 여름휴가에 이어 또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집콕’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하늘과 바람. 서울 근교로 ‘콧바람’ 쐬러 가는 건 어떨까.

짧은 일정과 가벼운 주머니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곳으로 강촌을 추천한다. 대학생 모꼬지 1번지인 강촌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천시에 속하지만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데다, 북한강과 검봉산에 둘러싸여 있어 눈을 두는 곳마다 ‘힐링 스폿’이다. ‘실내’ ‘도시’ ‘빌딩’을 떠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래프팅·번지점프·사륜오토바이 등 액티비티 또한 즐길 수 있어 1석3조다.

강촌의 자연과 추억을 곱씹으려면 느리게 여행하는 게 좋다. 자동차 대신 ‘아이티엑스(ITX) 청춘’ 열차를 타는 뚜벅이 여행을 추천한다. 아이티엑스 청춘 열차는 서울 용산역, 청량리역을 출발해 춘천까지 운행한다. 용산역-청량리역-상봉역-퇴계원역-사릉역-평내호평역-마석역-청평역-가평역-강촌역-남춘천역-춘천역이 주요 노선이다. 용산역에서 강촌역까지 1시간가량 걸린다. 기차삯도 8200원(용산~강촌)으로 저렴하다. 시간은 많고, 지갑은 얇다면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는 것도 방법이다. 성인 교통카드 결제 기준으로 2550원만 내면 된다.

■ 가을 북한강변길 달려볼까?

강촌 ‘뚜벅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라이딩이다. 강촌역 인근에 있는 대여소에서 자전거(1일 5천원), 스쿠터(시간당 1만5천원 정도)를 빌려 옛 강촌역에서 경강로로 이어지는 북한강변길을 달려보자. 옛 강촌역-옛 백양리역-백양리역-경강교 등을 거치는 21㎞ 구간 동안 오른쪽 발아랜 북한강을, 왼쪽 머리 위엔 철길을 끼고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약 1시간20분 소요. 10월엔 백양리역 인근 3㎞ 구간에 펼쳐진 억새밭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시작점인 옛 강촌역에선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옛 경춘선은 흔들리는 청춘을 실어 날랐고, 경춘선이 닿는 역 중 청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강촌역이었다. 2010년 12월20일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강촌역을 비롯해 경춘선이 지나던 역 일부는 폐역이 됐지만 추억은 그대로다. 옛 강촌역의 기차 플랫폼이 있던 아치형 터널 아래 철길엔 자갈이 걷히고 아스팔트 도로가 깔렸다. 하지만 ‘강촌’이라는 역명이 적힌 판엔 애틋한 낙서와 터널 양쪽으로 그려진 그라피티(낙서)들이 옛 강촌역을 추억한다. 가수 김현철의 데뷔곡 ‘춘천 가는 기차’의 배경이 사실 ‘강촌’이었다는 비화도 있다. 대입 재수생 시절 당시 애인과 춘천행 기차를 탔다가 비둘기호가 너무 느리고 자주 서서 중간에 내렸는데, 그곳이 강촌역이었단다. 엣 강촌역 인근에 있는 강촌 유원지와 출렁다리도 본격적으로 자전거 타기 전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북한강변 자전거길 중간에 있는 옛 백양리역은 시골 마을의 작은 간이역을 떠올린다. 이제는 기차 대신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상하행 철로 가운데에 있는 역사는 소담하다. 역사 안엔 당시 역무원들이 사용했던 복장과 도시락 등을 전시해 과거 향수를 연상시킨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추석 연휴엔 9일과 11일 정상운영한다. 옛 강촌역에서 백양리역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북한강과 소양강이 합쳐지는 의암호가 나오는 자전거 코스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코스를 짜면 된다.

자전거를 못 탄다면, 옛 강촌역에서 아치형 터널을 지나 옛 경춘선 길을 따라서 백양리역까지 걸을 수도 있다. 옛 강촌역을 빠져나와 조금만 지나면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이 나온다. 발이 편한 도보 여행을 하기 제격이다. 9월5일 아침 9시께 상봉에서 경춘선을 타고 강촌 도보 여행을 온 김민자(가명·70대) 오진희(가명·70대)도 우비를 입은 채 백양리역에서 옛 강촌역까지 걸었다. “비 소식이 있었지만 가을비를 즐기고 싶어 서울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서 아침에 출발했다. 백양리역에서 내려 흙길을 따라 걷는 코스를 자주 온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좋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지도, 걷지도 않고 편하게 강촌의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옛 경춘선 철길을 이용한 레일바이크를 타는 것도 추천한다. 경춘선 전철 김유정역에서 출발해 옛 강촌역으로 도착하는 코스와, 경강역에서 출발해 다시 경강역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다. 특히 해질녘에 타면 터널 4개를 빠져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하늘의 색을 감상할 수 있다. 경강역 코스엔 반려견과 함께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펫 바이크도 있다.레일바이크는 추석 당일인 10일 낮 12시 이전만 빼고 추석 연휴 동안 정상 운행한다.

■ 잔디에 누워 발라드 축제 즐겨볼까

온전히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을 들르는 게 좋다. 구곡폭포는 봉화산 근처 아홉 굽이를 돌아 떨어지는 50미터 물줄기로, 웅장하다. 겨울철엔 빙벽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구곡폭포는 기괴한 암석으로 이뤄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또 입구부터 폭포까지 20분쯤 걸리는 산책로가 가파르지 않아 걷기에도 좋다. 폭포에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깔딱고개’라는 재를 넘으면 문배마을이 나타난다. 문배마을엔 생태연못이 있는데 물에 비친 산자락이 그림이다. 이곳 향토음식점에서 파는 산채비빔밥과 토속주로 허기를 달래보자.

짧은 명절 기간 여행 기회를 놓친다면, 가을이 깊어지는 이달 말 강촌으로 음악여행을 떠나볼 수도 있다. 잔디밭에 누워 가을바람을 맞으며 발라드를 듣는 ‘발라당 페스티벌’(티켓 구매 인터파크·티몬 등 6곳)이 9월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린다.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DM)처럼 춤을 추지 않아도, 힙합처럼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발라당’ 누워 가을바람에 잔잔히 실리는 음악을 들으면 된다. 출연진도 심상찮다. 박정현·하동균·정승환·알리·이무진·흰 등 최고의 발라더들이 무대에 오른다.

경춘선 전철 백양리역에서 내리면 공연장으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2분 간격으로 있다. 아이티엑스 청춘 열차도 공연 기간 동안 특별히 백양리역에 임시 정차한다. 강촌역에서도 15분마다 공연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관람객 교통편의를 위해 서울 4곳(서울·합정·사당·종합운동장역), 경기 2곳(야탑·수원역), 인천 1곳(송내역)에서 셔틀버스(티켓 구매자 왕복 2천원)로 공연장까지 올 수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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