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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와인 ‘득템’, 찌질함과 꼼꼼함 사이

등록 2019-01-25 19:58수정 2019-02-15 16:39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① 와인은 ‘정상가’가 없다
세일 기간에 ‘득템’한 와인들. 몇 달에 한번씩 세일기간에 와인을 여러 병 사서 쟁여둔다. 득템할 기회는 많다. 와인은 1년 내내 ‘할인가’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일 기간에 ‘득템’한 와인들. 몇 달에 한번씩 세일기간에 와인을 여러 병 사서 쟁여둔다. 득템할 기회는 많다. 와인은 1년 내내 ‘할인가’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의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27분.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경기 김포의 와인 전문 매장 ‘떼루아 와인 아울렛’ 정문 앞.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닫힌 문 앞에 서있다. 3분 후면 저 문이 열린다. 3, 2, 1, 땡! 문이 열렸다. 카트부터 잡았다. 내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왔다. 자, 전쟁 시작!

목표는 유명 와인 블로거가 ‘가성비 와인’으로 뽑은 알자스 리슬링 중 하나였다. 프랑스 코너로 달려갔다. 이런, 그 와인은 세일 기간 첫 날에 다 팔렸단다. 실망도 잠시, 눈을 돌리자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남자 주인공이 마시고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들린다고 했던(물론 들릴 리가 없다) ‘샤또 몽페라 루즈’가 내게 손짓을 한다. 2만5천원!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손엔 카트, 한 손엔 비비노(와인 가격 정보·평가 어플)를 켜놓고 있었다. 나 역시 세일 소식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와인 리스트를 보고 가격을 문의한 뒤, 사야할 와인들을 비비노 위시리스트에 저장해놓은 상태였다. 사려고 했던 와인들을 찾아서 담고, 충동적으로도 여러개 담다 보니 10병이 넘었다. 비비노에서 평점도 보고, 해외 평균가격도 비교해보면서 8병으로 추렸다. 나의 연중행사 중 하나다.

백화점이나 와인샵을 가보면 (정상가 대비) 최대 몇% 할인이란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와인은 사실상 정상가가 없다. 수입사에서 정해놓은 ‘정상가’가 있지만 실제 팔리는 가격은 이 정상가의 40~50%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 몇% 할인인지는 의미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붙어있는 가격이 중요하다. ‘정상가’로 판매하는 와인은 사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일 기간에 와인을 쟁여두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처럼 발을 동동거리며 쟁여둘 필요는 없다. 떼루아 와인 아울렛의 세일은 두달에 한번 꼴이다. 소규모 와인 전문샵에서도 1~2주 간격으로 특정 와인을 정해 할인을 한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와인 전체를 할인하는 장터도 몇달에 한번씩 연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결국 365일 내내 할인 기간인 셈이다.

세일 정보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번이라도 구매 이력이 있으면 와인샵에서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보내준다. ‘와인을 싸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네이버카페 게시판에도 각 와인샵의 매니저들이 정보를 올린다. 내 이메일 주소를 댓글로 달아두면, 매니저들이 친절하게 세일 품목과 가격이 담긴 리스트를 이메일로도 보내준다. 이런 가격 정보를 모아두고 보면, 각 와인마다 최저가가 대략 얼마에 수렴되는지 알 수 있다. 이 최저가를 기준으로 와인을 사면 된다.

그 많은 와인의 가격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고? 기억할 필요 없다. 정기 세일 기간에는 할인 품목이 많기 때문에 와인샵에서는 엑셀로 리스트를 만들어 와인 이름과 할인 가격 정보를 준다. 이런 리스트를 저장해뒀다가 사고 싶은 와인이 있으면 검색해보면 된다. 최저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 사면 되고, 최저가보다 훨씬 비싸다면 다른 와인을 사면 된다.

찌질하다고? ‘꼼꼼하고 합리적’이라고 해두자.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맛있는 와인을 마시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세상엔 마셔야 할 와인이 넘쳐나니까!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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