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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비쌀수록 맛있다? 편견일까 아닐까

등록 2020-11-06 19:25수정 2020-11-07 02:32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29. 블라인드 테이스팅
편견 없이 와인 맛에 집중하고 싶은가? 은박지로 라벨만 가려도 재미는 배가된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편견 없이 와인 맛에 집중하고 싶은가? 은박지로 라벨만 가려도 재미는 배가된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3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 15만원짜리 와인을 한자리에 모은 뒤, 와인의 라벨을 가린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오직 와인의 맛을 느껴본다. 와인의 품종이나 지역을 알아맞힐 수 있을까. 3만원짜리 와인이 15만원짜리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반전은 일어날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최근 와인 모임에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주제로 삼았다. 3만원부터 15만원까지 다섯 병을 준비했고, 라벨은 물론 병 모양의 특징으로 와인을 추측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가렸다. 번호를 매겨 차례로 마셔보고, 각자의 느낌을 말해보기로 했다.

“이건 뭔가 무난한 느낌인데, 메를로 품종 같아.” “쿰쿰한 냄새가 내 취향은 아닌데, 이런 향 나는 와인은 프랑스 론 지방의 시라 같아.” “칠레나 아르헨티나 같은 신대륙 와인 같아.” 와인 전문가도 맞히기 어려운 부분들이지만, 그동안 와인을 마셔본 경험에 비추어 지역과 품종을 맞혀 나갔다.

와인의 가격도 맞혀보기로 했다. 3만원, 5만원, 15만원짜리 와인이 어느 것인지는 함께 와인을 마신 6명 모두 일치했고, 7만원과 10만원짜리 와인에 대해선 4 대 2로 의견이 갈렸다. 또 어떤 와인이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지도 번호를 매겨봤다. 이 부분에선 각자 취향이 다른 만큼 선호도가 꽤 갈렸다.

품종과 지역 맞혀보기, 가격 맞혀보기, 선호도 매겨보기까지 마친 뒤 와인의 라벨과 가격을 하나하나 공개했다. 의외로 5개 중 3개는 지역과 품종까지 정확히 맞혔다. 어차피 그동안 마신 와인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에 의지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이 헛되진 않았구나 싶었다.

제일 궁금한 것은 가격이었다. 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했으니까. 그러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6명이 만장일치로 고른 15만원짜리 와인도, 3만원짜리 와인도 실제로 그 가격이었다. 반대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다만 와인 선호도는 가격이 높은 순서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았다. 가격을 모르고 마시니 오직 맛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품종이나 지역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평소에 선호하지 않던 와인도 편견 없이 마신 덕택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길 권한다. 맞히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와인의 특성이나 자신의 경험이 총동원되고, 무엇보다 편견 없이 와인 맛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박지로 라벨만 가려도 재미는 배가된다.

<한겨레21>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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