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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맛있는 와인 고르려면 ‘타닌’ ‘바디감’ 같은 단어 알아야 한다?

등록 2020-11-28 13:36수정 2020-11-28 13:45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30. 와인 고르기
엄마는 와인을 추천받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맛있게 마셨던 와인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라’는 거다. 직원은 그 와인 사진만 봐도 대략적인 가격대와 산지, 품종, 특징 등을 알 수 있으니 같은 와인이나 비슷한 와인을 추천해줄 수 있으니까. 게티이미지뱅크
엄마는 와인을 추천받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맛있게 마셨던 와인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라’는 거다. 직원은 그 와인 사진만 봐도 대략적인 가격대와 산지, 품종, 특징 등을 알 수 있으니 같은 와인이나 비슷한 와인을 추천해줄 수 있으니까. 게티이미지뱅크

“느그 요즘에도 와인 마시나? 엄마한테도 좀 보내줄 수 있나?”

어느 날,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 엄마는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쑥스럽다는 듯이. 주당인 아빠에 비해 그 어떤 술도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몇년 전 나의 반강요로 와인을 접하고선 “와인은 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니, 어느 날은 큰 결심을 한 듯 ‘와인 셀러를 사야겠다’고 했다. 와인 셀러까지 갖춘 엄마를 위해 집에 내려갈 때마다 나와 동생은 와인을 사들고 가서 셀러를 채워드렸다.

엄마는 와인 관련 용어는 잘 몰랐지만 누구보다 맛 표현은 정확했다. “가죽 향이 난다”, “왜 와인에서 파프리카 향이 나지?” 같은. 나는 산지나 품종의 특징을 머리로 알고 있다면, 엄마는 그런 특징을 모르고도 혀와 코가 먼저 반응했다.

처음엔 동생과 내가 있어야만 꺼내던 와인을 이제는 아빠와 단둘이 마시기도 한다고 했다. 아빠는 소주, 엄마는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스테이크를 구워 두 분이 함께 와인을 마시기도 했다고. 그러다보니 와인이 다 떨어진 것이다. 내가 채워넣어둔 와인들이.

엄마는 혼자서는 차마 와인샵에 가거나, 마트에 가서 와인을 고를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어떤 스타일이 좋냐”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엄마에게 ‘드라이하다’ ‘타닌’ ‘바디감’ 같은 단어는 생소했다. 아직까진 마트 와인코너에 가기도 어색한 엄마는 그저 딸이 셀러를 채워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딸은 좋은 와인도 많이 마시고 신문에 와인 칼럼도 쓰는데… 정작 엄마는 내가 없으면 와인도 못 사는구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장 단골 와인샵에 연락해 엄마의 반응이 좋았던 와인과 내가 추천하고 싶은 와인을 몇병 골라 택배로 보냈다.

엄마는 와인을 추천받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마트 직원에게 그 정도만이라도 말할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맛있게 마셨던 와인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라’는 거다. 직원은 그 와인 사진만 봐도 대략적인 가격대와 산지, 품종, 특징 등을 알 수 있으니 같은 와인이나 비슷한 와인을 추천해줄 수 있으니까. 두번째 방법은 ‘비비노’라는 와인 정보 앱으로 와인 라벨을 찍어보라는 거다. 해외 평균가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면서 평점이 3.8 이상이면 실패할 일은 많지 않다.

언젠가 집에 내려가면 엄마 손을 잡고 와인을 고르러 가야지. 더이상은 엄마가 와인 코너 앞에서 주춤하지 않도록.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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