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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생선회에 화이트 와인, 비린내 났던 이유는

등록 2019-05-31 19:32수정 2019-05-31 19:34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7.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
몇 년 전,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도미 카르파치오를 주문하면서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도미회에 유자 드레싱을 뿌려 야채와 함께 샐러드처럼 먹는 요리인데, 생선요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화이트 와인을 추천할 줄 알았다. 그러나 소믈리에는 이탈리아 랑게 지역의 네비올로라는 품종의 레드 와인을 추천했다. 의아해하면서 음식을 한 입 먹고 와인을 마셔봤다. 음식은 음식대로, 와인은 와인대로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고기엔 레드 와인, 생선엔 화이트 와인’이라는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생선회에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가 음식과 와인 모두 남긴 경험도 있다. 오래 전,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고 해 화이트 와인과 생선회를 준비한 적이 있다. 친구에게 좋은 대접을 해주고 싶어서 수산시장에서 직접 회를 사 왔고, 와인도 꽤 비싼 샤도네이 품종으로 골랐다. 그러나 그날의 기억은 ‘비린내’뿐이었다. 나와 친구는 회도, 와인도 다 남기고 말았다. 대체 그날 회에선 왜 그렇게 비린내가 났던 걸까.

한참이 지난 후 소믈리에에게 설명을 듣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바로 오크통 숙성 때문이었다. 오크향과 생선회 등 해산물이 만나면 비린내를 극대화하기 때문이었다. 생선회와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는 오크를 아주 적게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은 와인을 골라야 한다. 오크 숙성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면 아예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고르는 게 낫다. 고급 화이트 와인은 오크 숙성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소비뇽 블랑이나 피노그리 품종처럼 신선함을 강조한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이 생선회와 더 잘 맞다.

언제나 좋은 식당에서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와인을 마실 순 없을 터이니 기본적인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연구했다. 중국 음식을 먹을 땐 주로 산미가 강한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 예를 들어 겨자 소스의 신맛이 강한 양장피를 먹거나, 탕수육이나 깐풍기 같은 튀김 요리를 먹을 땐 쇼비뇽블랑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거다. 신맛이 강하거나 지방이나 기름이 많은 음식에는 역시 신맛이 강한 와인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연어회, 참치회, 삼겹살도 같은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고기에는 주로 레드 와인을 마셨지만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돼지고기엔 스파클링 와인도 잘 어울렸다. 고기의 기름기를 스파클링 와인이 씻어내 주는 느낌이 들었다. 튀김, 전, 잡채 같은 음식에도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달달한 디저트를 먹을 땐 모스카도 다스티, 소테른 같은 스위트 와인을 마신다. 아니면 반대로 블루치즈 같은 짭잘한 맛의 음식과 스위트 와인을 매칭하는 것도 좋다. ‘단짠단짠’은 진리이니까.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짝을 짓는 것), 정답은 없다. 자꾸 먹어보고 마셔보면서 환상의 궁합을 찾는 수밖에. 사실 가장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실패하지 않는 궁합은 순대나 만두, 육포에 레드 와인을 마시는 거다. 그렇다. 오늘 밤은 이거다!

토요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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