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경우에는 와인잔의 제일 볼록한 부분까지 따라주면 된다. 와인잔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 정도만 채워주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와인을 마시다 보면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있다. 그날은 어른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호스트가 와인을 따라주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와인을 받은 분이 잔을 두 손으로 높게 들고 맥주를 받듯 비스듬히 숙여 받는 것이 아닌가. 그가 그렇게 와인을 받기 시작하자, 다음 사람도 그다음 사람도 잔을 두 손으로 들어 받았다. 곧 내 차례가 올 텐데, 짧은 시간 동안 내 마음속엔 많은 내적 갈등이 있었다. 와인은 두 손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잔을 들어서도 안 된다고, 두 손으로 와인잔을 감싸쥐면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버리고 얇디얇은 와인잔을 들었다가는 깨질 수도 있다고 말해도 될까. 말을 하자니 앞서 와인을 받은 사람들이 민망할 것 같았다. 몇초가 흘렀을까. 다행히도 호스트가 “와인은 두 손으로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잔도 내려놔야 제가 따르기가 편해요”라고 말해준 덕분에 내적 갈등은 끝이 났다.
와인잔은 향과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얇고 투명하게 만들어졌다. 대체로 와인잔의 두께는 2㎜ 안팎으로 아주 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식으로 잔을 들고 받으면 와인을 따르는 도중에 얇은 와인잔이 병에 부딪혀 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와인잔은 반드시 테이블에 놓은 상태에서 와인을 따라야 안정적이다. 와인을 받을 때도 두 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잔 받침에 가볍게 손을 놀려놓으면 된다. 좀 더 예절을 표하고 싶다면 다른 한 손을 살짝 포개면 된다.
건배를 할 때는 입술이 닿는 부분인 잔의 끝을 부딪혀서는 안 된다. 제일 얇은 부분이라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대방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경우에는 와인잔의 제일 볼록한 부분까지 따라주면 된다. 와인잔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 정도만 채워주는 것이다. 생각보다 와인잔의 용량이 꽤 크다. 음식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보르도 와인잔의 용량이 600㎖ 내외이기 때문에 잔을 가득 채우면 와인 한병(750㎖)이 거의 다 들어간다. 너무 많이 따라줬다가는 자칫 건배를 위해 잔을 들다가 쏟을 수도 있고 와인잔의 다리가 부러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6명이 와인 한병을 마신다고 가정하면, 각자 한잔씩 돌아가도록 6잔이 나오게 따르면 된다. 스파클링 와인은 예외다. 스파클링은 기포를 오랫동안 보기 위해 3분의 2까지 따르면 된다.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잔의 다리 부분을 잡는 것이 좋다. 새끼손가락으로 글라스의 바닥을 누르면서 잡아도 안정되게 잡을 수 있다. 만약 와인의 온도가 낮다면, 잔의 몸통를 잡아 온도를 높일 수도 있다. 또 와인잔을 돌리는 행위를 말하는 스월링은 꼭 필요하진 않다. 와인이 공기와 접촉해서 향을 강하게 내기 위함이지만, 너무 많이 하면 빨리 산화될 수도 있다.
또 건배를 할 때는 입술이 닿는 부분인 잔의 끝을 부딪혀서는 안 된다. 제일 얇은 부분이라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 두꺼운 몸통을 부딪히거나, 잔을 살짝 들어올리기만 해서 상대와 눈인사를 하는 방식으로 건배를 해도 좋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 처음이 어색할 뿐 금방 익숙해진다. 그래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와인 매너’ ‘와인 에티켓’이라고 불리는 이것들을 굳이 다 따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와인을 조금 더 오래, 안전하게, 맛있게 마시기 위함일 뿐이니까.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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