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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와인 한잔에 물 한잔!

등록 2020-05-22 19:44수정 2020-05-23 02:31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22. 와인 숙취 피하려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와인을 마시고 나면 머리가 아파서 마시고 싶지 않아.”

“맥주 마시다가 소주를 마시면 괜찮은데, 맥주를 마시다가 와인을 마시면 숙취가 심해.”

와인을 좋아한다고 하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 와인을 마신 다음날엔 유독 머리가 아프고, 주종을 섞을 때도 와인이 포함되면 숙취가 심해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와인을 마시면 숙취가 심한 이유가 뭘까. 포도의 껍질 속에는 와인의 제조와 보관 과정에서 방부제 구실을 하는 타닌이 들어 있다. 와인을 마셨을 때, 입이 마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그 떫은맛이 바로 타닌이다. 유독 타닌에 예민한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경우엔 두통을 느끼게 된다.

또 와인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설탕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몸은 혈액 내 당도를 낮추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수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과다 당분 부작용’으로 두통이 올 수 있다. 뇌에 있던 수분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게 되면서 머리가 아픈 것이다. 스위트 와인은 물론 드라이 와인도 다른 주류보다 당분이 많은 편인데다, 와인을 마실 때는 물을 잘 안 마시게 되는 경향도 있다. 그러니 더욱 두통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하나 더! 와인에 들어간 이산화황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산화황은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와인 운송에서 안정성과 보존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이산화황과 안 맞는 사람이라면, 숙취를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산화황을 일반 와인보다 적게 쓰거나 아예 안 쓰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면 숙취가 덜하다거나 아예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게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산화황이 유독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일반 와인보단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이산화황과 맞지 않는지 확인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일반 와인과 내추럴 와인을 비교해보며 마셔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하지만 이런 과학적인(?) 이유를 제외하고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든다. 나는 와인을 마시고 숙취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의’라고 표현한 이유는 나 역시 다음날, 숙취로 고통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다. 다만 그건 ‘와인’을 마셔서가 아니라, 와인을 ‘많이’ 마셔서다. 내가 마신 술이 다른 술이 아닌 와인이라서가 아니라 주종과 상관없이 술을 많이 마셔서란 의미다.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와인과 다른 술을 섞어 마실 정도라면, 음주량 자체가 많았던 건 아니었을까. 와인만 마셨더라도 많이 마시지 않았을까. 만약 단 한잔을 마시고도 머리가 아플 정도라면 원래 알코올과 맞지 않는 건 아닐까. 그래도 꼭 숙취를 피하고 싶다면, 레드 와인보다는 타닌이 적게 든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설탕이 많이 들어간 스위트 와인보다는 드라이 와인을 마시자. 와인을 탓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자. 와인 한잔에 물 한잔!

신지민 <한겨레21>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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