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속 충전소로 탈바꿈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도 전기차 보조금 전쟁의 막이 올랐다.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에 할애한 국가 예산은 총 1조7010억원, 보급 목표치는 20만7500대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최대 700만원)+지방비 보조금’으로 구성된다. 5500만원 미만 전기차(승용)는 차량마다 매겨진 보조금의 100%를 받는다. 55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은 50%를 받고, 8500만원 이상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방비 보조금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거주지에 따라 같은 차종이라도 총지급 보조금이 900만원(서울, 지방비 200만원)에서 1550만원(전남 나주시 등, 850만원)까지 다를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신청·수령 방법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 차값이 5500만원보다 낮으면 국비 700만원을 모두 받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차종, 트림(동일 모델의 등급)마다 100% 지급액이 다릅니다. 연비·주행거리·에너지효율 등을 고려한 ‘보조금 산출방식’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오닉5 2WD 롱레인지 20인치는 100% 보조금이 700만원입니다. 환경부가 정한 최대치입니다. 반면 아이오닉5 AWD 스탠다드 19인치는 671만원입니다. 연비는 4.7㎞/㎾h로 같지만, 주행거리에서 83㎞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지자체 보조금도 차등 지급합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www.ev.or.kr)에 접속하면 각 차량에 적용되는 보조금 액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깡통 차(옵션 없는 차) 우려는 없나요?
“자동차 제조사가 기본 장착 사양을 대거 선택 사양으로 돌리고 깡통 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차량 구매자가 보조금을 수령해도 기본 옵션을 구매하는 데 보조금을 다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우려 탓에 환경부는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사, 수입사가 ‘인증사양별 기본가격’을 제출할 때 기본 장착 사항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습니다. △모터 출력 △배터리 용량 △공조장치 타입 △구동방식(전륜, 후륜, 사륜) 등입니다. 위 사항을 옵션으로 돌리지 못하도록 기준을 마련한 겁니다.”
르노 트위지가 부산 벡스코 1전시장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혁신성장 쇼케이스에 전시돼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전기승용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나요?
“승합차, 화물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승합차는 연비·주행거리를 따져 중형(승차정원 16인 이상 35인 이하)은 최대 5천만원, 대형(36인 이상)은 최대 7천만원을 지급합니다. 포터일렉트릭, 봉고3 등 소형 화물차는 최대 1400만원을 지원합니다. 초소형 전기승용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종과 무관하게 모두 400만원을 지급합니다. 추가 지원을 받는 특수 차량도 있습니다. 전기택시는 200만원, 어린이 통학차량은 500만원을 추가 지원받습니다.”
- 개인만 받을 수 있나요?
“법인, 공공기관, 지자체, 지방공기업 등도 보조금을 받습니다. 심지어 현대차·기아가 자사 전기차를 구매할 때도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두 회사가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보유하거나 빌리는 차량을 2030년까지 모두 친환경차로 전환하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입니다.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제작·수입사가 자사 차량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지만, K-EV100 캠페인 참여 기업에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법인에 배정하는 물량도 따로 명시해뒀습니다. 각 지자체는 배정받은 전기 승용차 물량의 30∼40%를 법인, 기관(리스·렌트 포함)에 할애해야 합니다. 최소 10% 이상은 택시 물량에도 집행해야 합니다.”
- 차값을 먼저 지불하고 환급받나요?
“아닙니다. 구매자는 차량구매대금에서 보조금을 뺀 금액을 자동차 업체에 내고, 업체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습니다. 지자체는 구매 지원 신청서가 접수되면 7일 이내에 보조금 지원가능 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한국지엠의 경상용차 ‘라보’를 전기차로 개조한 파워프라자의 ‘피스’. 한국지엠 제공
- 보조금 받으려면 해당 지자체 관할 행정구역에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나요?
“환경부는 각 지자체로 하여금 거주 기간 요건을 3개월 이내에서 정하도록 해뒀습니다. 서울시는 30일, 부산시는 90일 이상 거주해야 보조금 혜택이 주어집니다. 최소 한달, 두달 이상은 우리 지역에 거주해야 보조금을 지급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군인 등 거주 기간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땐 증빙서류를 첨부해 신청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장전입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타내면 환수 조치됩니다.”
- 선착순으로 지급하나요?
“환경부가 펴낸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을 보면, 지자체가 △출고·등록순 △추첨 △신청서 접수순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뒀습니다. 전국 지자체의 80%가량이 출고·등록순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신청서 접수순이던 선정 기준을 올해 출고·등록순으로 바꿨습니다. 보조금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뒤 2개월 이내에 차량이 출고되지 않으면 대상자 선정이 취소되거나 대기자로 변경돼 신청자들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출고 가능한 시점에 보조금 물량이 남아있다면 곧바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취약계층, 다자녀 가구, 어린이 통학차량 등은 우선순위를 부여합니다.”
- 저소득층, 소상공인 지원책은 없나요?
“차상위 이하 계층과 소상공인에게는 국비 지원액의 10%를 추가 지원해줍니다. 700만원을 받으면 70만원을 더 얹어주는 식입니다. 하지만 차상위 이하 계층의 신청은 거의 전무하다고 합니다. 아직 전기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구입하는 차량 가격에 따라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수급대상에서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부자들을 위한 지원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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