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 산업계에선 ‘모빌리티 러시’가 진행중이다.
자동차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로,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차량(SDV)으로 정체성이 변모하면서 전자회사, 정보통신회사, 이차전지회사, 부품사 등이 모두 모빌리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자동차·철도·비행기 등 전통 수송 체계가 기술의 격변으로 인해 전동화·개인화·경량화 등 모빌리티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자기업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지난달 28일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2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해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10배를 투자하겠다”면서 2021년 3월 개발에 나선 뒤 1조8천억원을 들여 개발에 성공한 새 전기차 모델 ‘에스유(SU)7’를 선보였다.
앞서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는 자동차 회사인 싸이리스(SERES)와 공동 출시한 아이토 뉴엠7이 출시 한달 만인 지난해 10월 주문량 6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의 소니도 2022년 초 ‘비전 에스(S) 콘셉트’를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까지 발전시킨 미래차를 공개한 바 있다. 소니의 자동차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밖에 중국 검색엔진회사 바이두는 지리홀딩그룹과 합작한 전기차 브랜드 ‘지위에’를 공개하며 전기차 모델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아이티(IT)업체인 구글과 애플도 그동안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끊이지 않은 바 있다.
국내 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차량의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운전이라는 앞으로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길이 열린 만큼 이종 산업이 모두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에선 통신·사물인식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 전통 완성차 업체가 보유한 기술과는 다른 아이티 기술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과제는 남아있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한 기존 완성차 회사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 중심 업체도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품질 관리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 완성차 회사 관계자는 “신차 양산을 위해서는 차 설계도뿐 아니라 공장 생산라인의 설계도까지 필요하다. 이를 적용시키기 위한 노하우를 기존 완성차 회사가 아닌 이상 쉽게 얻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이-지엠피(E-GMP) 설비와 시설에 투자한 비용은 8조원 이상이다. 다만 전기차는 이전 내연기관차 생산 때보다 제조업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각 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이른바 ‘미래차 빅뱅’의 시기를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미래모빌리티사업단장은 “완성차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를 내재화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소프트웨어 기업도 차량을 위탁 생산으로 만들어 수익을 내 이를 재투자하기 쉽지 않다. 미래차 산업에서 각자 우위에 있는 전문성을 살려 하드웨어 중심, 소프트웨어 중심, 위탁생산으로 삼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