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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차 “흑연, 중국 공급선 단기에 못 바꿔…공급망 조정 시간 필요”

등록 2024-01-22 17:33

미 정부에 한시 허용 요청
2022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일부 핵심광물을 중국에서 조달해도 한시적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새 규정과 지침을 기업들이 이해하기 쉽게 명확히 해달라는 개선안도 제시했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관보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차는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와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미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된 특정 조건의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미국이 지정한 외국우려기업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뒀다. 미국은 지난해 12월1일 발표한 세부 규정안에서 외국우려기업을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고, 이는 현재 중국산 핵심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전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이 규정이 시행되자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지난해 말 43개에서 올해 19개로 줄었다. 현대차는 미 앨라배마공장에서 전기차 ‘GV70’을 생산하고 있지만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을 따르려고 하지만 현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최선의 노력에도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특정 핵심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경우 외국우려기업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는 최소 허용 기준으로 10%를 제시,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 전체 가치의 10%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광물은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현대차는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고, 올해 말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SK)온, 삼성에스디아이(SDI) 등 배터리 3사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외국우려기업 규정과 관련한 어려움을 미 정부에 전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기업들이 이해하기 쉽게 규정을 더 명확하게 하고,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개선을 요청했다.

한편,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천연흑연 수출량이 3973t으로, 수출 통제 직전이던 전달 대비 91%나 급감한 것으로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천연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다만 중국은 수출 전면 금지가 아니라 신청 건별로 심사·허가하고 있으며, 지난달 하순 포스코퓨처엠 등으로의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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