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잘즈기터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 흑연 가루가 쓰이고 있다. 잘즈기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예정대로 오는 12월부터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서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공장들이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펴낸 ‘중국 흑연 수출 통제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되는 만큼, 향후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에 공장을 둔 우리 배터리 기업으로의 수출 허가가 지연 또는 반려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흑연은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음극재 원료로,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품목이다. 중국은 기존 수출 허가 대상인 인조흑연에 더해 이차전지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 등을 오는 12월부터 새로운 허가 대상에 올리겠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올해 1∼9월 우리나라 흑연 제품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천연흑연이 97.7%, 인조흑연은 94.3%에 이른다. 사실상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모잠비크·브라질·일본 등으로 흑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사례를 보면, 3개월 안에 수출 물량이 정상화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과거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한 2006년 9월과 10월 흑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 4.8% 감소했다가 11월부터는 다시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한국은 중국의 흑연 최대 수출 대상국이어서 중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1~9월 중국의 국가별 흑연 수출 비중은 미국(13.0%)에 이어 한국(10.3%)이 두번째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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