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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단독] 사고 테슬라 폐배터리는 누구 것?…보험업계-테슬라 분쟁

등록 2022-03-01 04:59수정 2022-03-01 08:58

손보업계, 새배터리 구매시 반납요구에 이의공문
보험사 “헌배터리 우리것…반납땐 보험료 할증될수도”
테슬라 “미반납엔 600만원 내라”…향후 분쟁 커질듯
테슬라 전기차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테슬라 전기차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교통사고 등으로 파손됐거나 고장난 ‘전기차 배터리’는 누구 소유일까.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교체 정책을 두고 국내 보험업계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을 대신해 새 배터리를 구매할 때 테슬라가 기존 배터리 반납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보험사는 전기차 판매가 완료된 후에도 제조사가 배터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폐배터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 추이에 따라 두 업계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테슬라코리아에 질의서 송부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손해보험 업계는 최근 테슬라의 배터리 교체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테슬라코리아에 발송했다. 보험 업계 설명에 따르면, 테슬라는 교통사고 등으로 고장난 배터리를 교체할 때 기존 배터리의 반납을 요구한다. 만약 기존 배터리를 보험사가 가져가려면 테슬라에 약 600만원(모델3·Y 기준)을 지불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테슬라 측은 이를 ‘코어 차지(core charge)’라고 표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차량 사고 시 보험사가 운전자의 위임을 받아 처리하기 때문에 차량 부품은 잔존물로 처리돼 보험사가 소유한다. 전기차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테슬라는 추가 비용을 내고 가져가라고 한다. 처음 보는 상황이다. 일부 보험사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업계 차원에서 문의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2020년까지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했다. 법이 개정되면서 2021년 1월 이후 등록된 차량은 차주가 폐배터리 소유권을 갖는다. 차주 대신 새 배터리를 구입한 보험사들은 기존 배터리를 재활용 업체에 팔아 손실을 만회해 왔는데, 테슬라 차량은 이 같은 조처가 불가능한 것이다.

테슬라 모델Y 내부. 테슬라 제공
테슬라 모델Y 내부. 테슬라 제공

그렇다고 보험사가 금전적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테슬라는 반납을 요구하는 대신 새 배터리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국내 ㄱ손해보험사 직원은 “코나(현대자동차) 배터리는 2400만원 정도이고, 코나의 헌 배터리를 수거해서 팔면 400만원 안팎의 값을 받기 때문에 총 1900만∼2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반면 테슬라 배터리는 1700만원 정도로, 테슬라에 기존 배터리를 반납하더라도 손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보험사 입장에선 개운치 않다. 보험업계는 상법상 ‘보험자 대위’를 말한다. 이는 보험사가 손해비용을 지급한 경우 지급한 금액 범위내에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사고가 나서 보험사가 비용을 치르고 차량 부품을 교환하면 기존 부품은 보험사 소유라는 뜻이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보험사 소유의 배터리에 테슬라 쪽이 권리를 주장하면서 뒷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손해보험 업계는 아직 테슬라코리아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테슬라, 미국 ‘코어 차지’ 정책 적용했나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가 미국 자동차 업계의 헌 부품 회수 정책을 국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보험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 추측한다. 미국엔 새 자동차 부품을 구매할 때 헌 부품을 반납하면 일부 금액을 환불해주는 제도가 있다. 차량 고장·파손 시 정비소에 맡기는 게 관행화돼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직접 부품을 구매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 측면에서 헌 부품 회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정책도 ‘코어 차지’로 불린다. 테슬라가 국내 보험사에 설명한 용어와 같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지하 3층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급속충전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지하 3층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급속충전소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코어 차지 규정에 대한 <한겨레>의 질의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 관계자는 “미국은 주별로 코어 차지 규정의 도입 여부가 다르지만, 배터리와 같은 특정 품목은 법과 무관하게 대다수 주에서 코어 차지를 부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겨레>는 테슬라코리아에 코어 차지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지 문의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국내 테슬라 차주 세 명에게 문의했지만 구매 당시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계약서를 살펴봐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커지는 폐배터리 시장…완성차·보험 갈등 예고?

문제는 폐배터리를 둘러싼 보험업계와 테슬라 간의 긴장 관계가 완성차 업계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폐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직접 회수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폐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에 ‘재사용’되거나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니켈 등 희귀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 전기차가 많아질수록 폐배터리 시장은 점차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세계시장 규모를 2030년 6조원, 2040년 66조원으로 예측했다.

현재 별다른 회수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곧 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폐배터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국내에서 대규모의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폐배터리의 경우 단순하게 부품을 반납하는 수준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신사업이 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가 폐배터리 반납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보험업계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로 교체된 헌 부품은 보험사 소유”…무슨 근거로?

28일 국내 보험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보험 처리 시 헌 부품(잔존물)의 소유자는 보험사다.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큰 사고를 당하거나 화재로 보험금을 받고 폐차를 할 때도 남은 부품이나 고철을 팔아 수익으로 챙긴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 약관에는 잔존물의 소유권과 관련된 조항이나 문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처리 후 잔존물을 처리한 금액이 얼마인지만 고객에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상법 제681조 ‘보험 목적에 관한 보험대위’를 근거로 잔존물 소유권을 주장한다.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피보험자(차주)로부터 잔존물 소유권을 넘겨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잔존물 가치는 거의 없다. 헌 부품이 큰 값어치를 지닌 건 전기차 배터리가 거의 유일하다.

보험사가 잔존물을 팔아 만회한 수익은 ‘보험료 할증’ 계산에 영향을 미칠까. 답은 ‘그렇다’이다. 보험료 할증 기준이 200만원이고, 250만원짜리 부품이 고장나 보험사가 새 부품을 구매해 교체했고, 헌 부품을 팔았더니 60만원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보험사가 쓴 비용은 190만원이고, 피보험자에게도 보험 처리 비용은 총 190만원이라고 설명한다. 할증 기준 200만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피보험자의 보험료 할증은 없다. 만약 잔존물 가격이 30만원이었다면, 보험사 지출 비용은 220만원으로 올라가고, 피보험자의 보험료도 할증된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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