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첫 미국 생산 전기차로 제네시스 지브이(GV) 70 전기차 모델을 선택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올 12월부터 생산에 돌입해 내년부터 판매한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차종과 시기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세 무뇨즈(Jose Munoz) 현대자동차 북미권역본부장은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오토쇼를 앞두고 열린 뉴욕 오토포럼에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10월부터, GV70 전기차 버전을 12월부터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앨라배마주와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법인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현지 공장에 3억달러(약 3681억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200개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 공장을 짓거나 라인을 추가하는 건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존 라인에 공정을 추가해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재 쏘나타, 싼타페, 투싼,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등 5개 차종을 생산 중이다.
현대차가 구체적인 미국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힌 건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다. 당시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총 74억달러(약 9조8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자국 내 생산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차의 현지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조합과 협의가 이뤄진 사항은 아니어서 내부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 현지 전기차 생산에 대해서 어떠한 내용도 듣지 못했다”며 “단체협약에 해외공장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할 땐 90일 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10월부터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생산한다고 했으니, 적어도 7월부터는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거나 해외 생산분을 대체할 신사업을 국내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로부터 자동차 업계 최고 혁신가로 선정됐다. 뉴스위크는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아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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