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코엑스운수 소속 이경환 기사가 니로 플러스를 운전하고 있다.
‘목적기반 모빌리티 시장의 세계 1위 리더십을 확보하겠다.’
기아가 올해 3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목표다.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고객의 사용 목적과 비즈니스에 맞는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차량을 말한다. 목표 발표 두달여만에 기아가 ‘니로 플러스’를 내놨다. 1세대 니로 이브이(EV)에서 파생된 택시용 목적기반 모빌리티다. 기존 니로에 견줘 뒷좌석 천장을 높이고 승객 편의사항을 대거 탑재했다고 했다. 설명만 들어선 잘 와닿지 않았다. 기아의 첫 목적기반 모빌리티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니로 플러스를 구매해 영업에 투입한 택시회사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택시 회사 코엑스운수를 찾았다. 이 회사는 지난 6월18일 니로 플러스 4대를 구매했다. 이규남 관리부장은 “운행 원가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그간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도로 위에서 아이오닉5·이브이(EV)6·니로 이브이 등 전기차 택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 부장은 “아이오닉5와 이브이6는 택시로 쓰기엔 너무 크다”고 말했다. 택시는 좁은 골목이나 차량이 빼곡히 주차된 주차장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두 차량은 너무 커서 기사들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아이오닉 5의 전장·전폭은 4635·1890㎜, 이브이6는 4680·1880㎜다. 니로 플러스는 전장·전폭이 4385·1805㎜로 두 차종에 비해 작다.
기존 니로 이브이는 어떨까. 이 부장은 “니로 이브이를 먼저 도입한 회사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뒷자리 천장이 너무 낮아서 승객이 탑승할 때 머리를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고 해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아 영업사원이 니로 이브이를 권하길래, 이런 의견을 전했더니 새로운 차종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니로 플러스 출시를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니로 플러스는 기존 니로 이브이에 비해 뒷좌석 천장 높이가 80㎜가 높다. 고객의 필요에 맞춰 차량을 제작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목적기반 모빌리티 사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니로 플러스도 직접 탑승해봤다. 차량 천장 라인이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기존 니로와 달리 니로 플러스는 라인이 수평으로 이어졌다. 탑승할 때 머리를 깊게 숙이지 않아도 돼 편안했다. 좌석 1열과 2열 사이에 달린 손잡이도 유용했다. 어르신들이 탑승할 때 유용하게 쓴다고 한다. 안전벨트 버클에도 불이 들어와 어두운 상황에서도 손쉽게 안전벨트를 맬 수 있다. 승객을 위한 꼼꼼함이 느껴졌다.
좌석 1열과 2열 사이에 손잡이가 달려있어 승객의 편안한 탑승을 돕는다(왼쪽). 안전벨트 버클 흰 부분에 불이 들어와 어두운 상황에서도 손쉽게 안전벨트를 맬 수 있다(오른쪽).
24년 경력의 이경환 기사와 함께 고양시 시내를 30여분간 달렸다. 그는 “승객들이 상당히 만족한다”며 “트렁크 공간도 넓어서 큰 짐을 실을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단 택시 좌석처럼 등받이에 푹 파묻히는 맛은 없지만, 넓은 공간 덕에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차량에는 구형 미터기가 달려있다. 기아 쪽 설명대로라면 니로 플러스는 별도의 미터기가 필요 없다. 니로 플러스는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에서 어플레이케이션(앱) 미터기, 디지털운행기록계 등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와 만난 이규남 부장은 앱 미터기 기능을 니로 플러스의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앱 미터기는 37만원짜리 옵션”이라며 “새 택시를 구입하면 보통 6년 정도 쓰는데, 구형 미터기는 20년을 더 쓴다. 앱 미터기 옵션을 구입하면 6년 뒤 차량을 바꿀 때 옵션을 다시 구매해야 해 비용이 더 든다. 목적기반 차량치고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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