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포드 자동차 판매소. 헌틀리/EPA 연합뉴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엘지(LG)·에스케이(SK) 등에서 한국 전기차 배터리를 추가 구매하기로 하고 중국산 배터리 공급을 위한 신규 계약도 맺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의 역내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아직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중국 업체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는 21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내년 말까지 총 60GWh 규모의 배터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포드의 새 전기차 라인업에 어마어마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오는 2026년까지 연 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공급 업체인 엘지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온에서 더 많은 배터리를 구매하기로 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2배 증설해 공급량을 늘린다. 에스케이온도 미국 애틀랜타 공장에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헝가리 공장에서 만드는 배터리셀도 포드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포드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시에이티엘(CATL)로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확보해 제품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국내 업체의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에이티엘은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다. 그간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오다가 최근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업체들은 미-중 무역 분쟁에도 불구하고 시에이티엘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모델3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고, 전기 트럭 제조업체 리비안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전체 배터리 수입물량 중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지난해 54%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65%로 오히려 증가했다”며 “미국의 역내 공급망 구축계획이 차질을 빚어 미국 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업체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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