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이 법안에 반대하다 막판에 찬성으로 돌아선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왼쪽)에게 서명에 쓴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에서 차별받는 국산 전기차에 수출 보조금을 요구하고, 배터리 업계는 중국 일변도의 광물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5일 입장문을 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미국의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산술적으로 매년 10만대 이상의 전기차 수출 차질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어 한국 국회와 정부에 “미국 전기차 수출업체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전기차 수출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상호주의에 입각해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줄 것도 건의했다.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고 조건을 건 것과 같이,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한국산 제품에 유리한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 전기차 보조금은 국적과 무관하게 지급하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자국 전기차를 우선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도 과감하게 국내 업체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 차원이 아니라 당장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딴죽걸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2일 관련 업체들이 모여 정부에 건의할 내용을 취합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광물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은 중국 이외 국가에서 직접 광물 개발에 나설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배터리 광물 40% 이상, 배터리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조달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주요 광물의 중국 처리 의존도가 리튬 58%, 코발트 64%, 흑연 70% 등으로 높아 보조금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다변화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해달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며 “개별 기업이 해외 광물을 확보하기에는 리스크가 매우 커서 경험이 적은 배터리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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