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자신감? 팬덤을 등에 업은 횡포?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판매 가격을 올해 들어서만 다섯번 올리면서 차값이 지난해 말에 견줘 최대 2666만원이나 올랐다. 해마다 연식을 변경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테슬라는 예고 없이 수시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구매자 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6일 보도자료를 내어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완성차 업계의 차량 가격 인상이 비일비재하지만, 테슬라는 인상 횟수와 가격 등이 거의 폭등 수준이다. 모델 와이(Y)는 전년보다 2666만원(38%) 인상됐고, 모델3도 전년 대비 1938만원(26%) 인상됐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국내 판매 가격을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다섯번 인상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3 스탠다드는 지난해 말 5479만원에서 지금은 7034만원이 됐다. 같은 기간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와이 퍼포먼스·롱레인지 가격은 각각 7999만·6999만원에서 1억473만·9665만원으로 올라, 반년 만에 1억원대 가격 반열에 들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품질이나 옵션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최근 보조 기능 장치인 오토파일럿 오작동으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리는 등 지속적인 품질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테슬라는 가격 인상이 아닌 품질 및 소비자 인프라 개선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테슬라는 차량 인도 시기와 상관없이 구매 계약 체결 당시 판매가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모델와이 퍼포먼스를 계약한 소비자는 올해 7월 판매가가 1억원을 넘은 뒤에 차량을 받아도 7999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올해 7월 이후 계약자는 1억47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같은 차량을 구매했는데도 2474만원을 더 내야 한다.
테슬라 쪽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반면 “테슬라가 라이벌 전기차 등장으로 인한 점유율 감소와 경영 실적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테슬라의 가격 인상 폭이 타 업체보다 너무 커서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은 지난해 모델과 비교해 평균 370만원 올랐고, 아우디 이(e)-트론도 14만원 인상에 그쳤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은 22억5900만달러(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나 증가했다. 차량 판매가격 인상 효과를 본 것이다.
지난 3월 베를린 외곽 테슬라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테슬라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가 판매 감소 우려 없이 가격을 수시로 올릴 수 있는 건 강력한 팬덤 덕분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인공지능·자율주행 분야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를 앞서고 있는 데다, 신개념 전기차로 시장을 개척한 터라 혁신의 이미지를 누리고 있어 팬덤이 두텁다. 가격과 무관하게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다. 전기차 커뮤니티 등을 보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테슬라 차량을 받아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도 올 7월 “우리는 초과수요가 매우 많아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테슬라 차량 판매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각 나라의 테슬라 누리집에서 확인한 결과, 국내 모델와이 퍼포먼스 가격은 7만6201만달러로 6만∼7만달러인 일본·중국·미국·호주·독일 등보다 비쌌다. 영국(7만8665달러)·아랍에미리트(7만3505달러)와는 유사한 수준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테슬라 수요가 많다 보니 가격을 노골적으로 올리는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많이 벌어간 만큼 국내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비센터도 부족하고 에이에스(A/S)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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