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운전자가 갑자기 정신을 잃어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운전보조장치(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를 켜고 차량을 운전할 때마다 궁금했던 내용이다.
운전보조장치는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량 스스로 차선을 지키고 앞차와의 간격도 유지되게 해준다. 아직은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어서 운전대를 반드시 잡고 있어야 하는데, 운전대에 걸리는 힘이 느껴지지 않으면 경고 메시지가 뜬다. 자동차 업계에 문의해보니, 경고 수준에서 그치고, 차량이 스스로 멈춰 서지는 않는다고 한다.
지난 10월17일 시승한 폴크스바겐의 첫 순수전기차 아이디(ID).4에 적용된 ‘이머전시 어시스트’ 기능은 후속 대처를 진행해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국내에서 선보인 차량에는 최초로 적용된 기능이다. 서울 마포 공덕역 인근에서 출발해 경기 고양시 삼송역을 찍고 돌아오는 약 50㎞의 시승 구간에서 이 기능을 직접 체험해봤다. 돌아오는 길에 강변북로에 들어서자 정체가 시작됐고, 운전보조장치를 켰다. 속도는 시속 10㎞ 남짓이었고, 앞뒤 차량과의 안전거리도 충분했다.
오른발을 가속 페달 쪽으로 옮겨둔 뒤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운전대를 잡아달라는 흰색 경고 문구가 계기판에 떴고, 이내 경고음이 울리며 문구가 빨간색으로 변했다. 이후 차량이 한번 덜컹했다. 만약 졸음운전 중이었다면 잠이 번쩍 달아날 정도였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안전벨트가 빠르게 당겨지면서 운전자의 몸을 잡아채는 동시에 차량이 급정거했다. 급정거 순간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 이머전시 어시스트 기능을 해제했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급정거하면서 비상등이 자동으로 깜빡이고 경적이 울린다. 급정거한 뒤에도 반응이 없으면 문이 자동으로 개방된다”고 말했다. 이 기능은 운전보조장치를 켜지 않았을 때도 작동돼 운전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차량의 주행감은 부드러웠고, 조향과 제동도 대체로 무난했다. 주행 모드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드라이브(D)·브레이크(B) 모드다. 드라이브 모드는 내연기관 차량 주행과 같이 엑셀에서 발을 떼면 감속 없이 타력으로 주행한다. 반면, 브레이크 모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감속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아이디.4의 1회 충전 복합 주행가능거리는 405㎞다. 도심 426㎞·고속 379㎞다. 전기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배터리가 충전되기 때문에 제동이 잦은 도심에서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 이날 출발 전 계기판에 뜬 주행가능거리는 456㎞였고,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을 땐 418㎞였다. 실제 주행거리보다 배터리 용량을 덜 쓴 셈이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아 스마트폰과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썼다.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선으로만 연결할 수 있을 뿐 무선 연결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 아쉬웠다. 뒷자리 창문을 조작할 때 터치식 버튼을 눌러주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점도 불편했다.
폴크스바겐의 첫 순수전기차 ID.4 운전석 쪽 사이드 미러 및 창문 조작부. 뒷자리 창문을 내리고 올리려면 터치식 ‘REAR’ 버튼을 눌러 활성화시킨 뒤 조작해야 한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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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은 스포츠실용차(SUV)답게 넉넉했다. 뒷자리의 무릎·머리 공간도 충분했다. 내부 인테리어에 어두운 계열 색을 적용한 차량을 시승한 터라 다소 답답함이 느껴졌지만,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를 열자 개방감이 느껴졌다.
아이디.4의 가격은 5490만원으로, 국비 보조금 651만원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4천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 9월15일 아이디.4를 공식 출시하고, 연말까지 국내 수입된 물량을 순차적으로 고객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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