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 참관객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배터리 가격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상승하면서 전기차 대중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엔이에프(NEF) 발표를 인용해, 올해 전기차 배터리 팩 가격이 ㎾h당 151달러로, 지난해보다 7%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에는 ㎾h당 152달러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 팩 가격 상승은 이 조사기관이 가격을 조사해 발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2010년 배터리 팩 가격은 ㎾h당 1160달러였다. 완성차 업계는 보조금을 받지 않는 전기차가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배터리 팩 가격 기준을 ㎾h당 100달러로 본다. 이 가격 밑으로 떨어져야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제치고 본격 대중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팩은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최종 제품이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단위로 조립된다. 셀을 모아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모아 팩을 완성한다.
그동안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데다 초기 투자비 감가상각 등에 따른 원가 감소 추세 등을 반영해 배터리 팩 가격을 지속적으로 떨어트려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및 초기 투자비 감가상각에 더해 스마트팩토리 등 공정 자동화와 효율화 노력으로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조사기관 발표 결과처럼 배터리 팩 가격은 물론이고 배터리 셀 가격도 올랐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팩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변수는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광물 가격이었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란 기대감에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는 광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초와 비교해, 리튬 가격은 10배 올랐고, 니켈 가격도 75% 상승했다. 코발트 가격은 2020년 평균 가격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뛰었다.
광물 가격 상승에 따라 배터리 제조 원가가 크게 올랐지만, 광물 가격 상승분이 배터리 팩 가격에 반영되면서 제조사들의 수익성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쪽을 상대로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산업군이 배터리 제조 쪽이다. 배터리사들이 원료비 상승분을 가격에 포함하면서 비용 상승분을 상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엔이에프는 2024년에야 배터리 팩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2026년에는 ㎾h당 100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보조금이 없는 지역에서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중 모델 전기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엔이에프 조사 결과, 배터리 팩 가격이 국가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평균 ㎾h당 127달러였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에 견줘 각각 24%, 33%가량 높았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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