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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르노·쌍용차 수출길 막혀…배는 줄고 그나마 중국이 싹쓸이

등록 2023-02-08 11:34수정 2023-02-09 02:51

자동차운반선 폐선 늘어 공급 줄고
중국 수출물량 늘어나 수요는 급등
용선료 1만달러→11만달러 치솟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 및 국적 자동차 운반선사 유코카캐리어 선박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 및 국적 자동차 운반선사 유코카캐리어 선박의 모습. 연합뉴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부산광역시 소재 기업 가운데 매출이 가장 크다. 부산 지역 수출의 약 20%를 책임진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르노코리아 쪽은 지금 당장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향후 본사로부터 한국에서 생산하는 수출 물량을 유럽 공장에서 만들자는 지시를 받는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회사 쪽 우려가 현실화되면 부산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8일 해운·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가 차를 실어낼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 직원은 “지난해부터 자동차 운반선 부족으로 운임이 크게 오르고 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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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협회와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6500CEU급(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자동차 운반선(PCTC)을 하루 빌리는 비용(용선료)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1만달러(약 1259만원)까지 떨어졌다가 같은 해 9월부터 서서히 올라 올해 1월에는 11만달러(약 1억3829만원)를 찍었다. 비싼 값을 주고 빌렸으니 자연스럽게 운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급과 수요 쪽 모두 자동차 운반선 용선료 급등을 부추겼다. 먼저 공급 쪽을 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차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운송할 화물이 부족해진 선주들이 구형 선박을 폐선해 버렸다. 수출용 물량을 실어내는 중대형(2000CEU 이상) 자동차 운반선은 2019년 687척에서 2021년 664척까지 줄었고, 지금은 676척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0년에만 총 22척이 폐선됐다. 해운사들이 손해를 보며 운항하느니 고철값이라도 건지자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완성차들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완성차들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로 장기 운송계약을 맺는 시장의 특성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대규모 수출 물량을 기반으로 해운사와 장기 계약을 맺어 시장 변동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 현대자동차·기아가 현재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유다. 반면 수출 물량이 적고 변동성이 큰 중소 완성차 업체들은 스팟(단기) 운송을 선호해 공급이 부족하면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요 쪽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의 수출 물량이 운임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유럽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유럽 수출 물량은 2020년 17만3538대에서 2021년 52만4766대, 2022년(11월 누적) 77만9996대로 급증했다. 전체 수출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6%→24%→26%로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운반선사 관계자는 “중국~유럽 간 노선이 전 세계 자동차 운반선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보통 중국에서 먼저 수출 차량을 선적한 뒤 한국에 들러 남는 공간에 쌍용차·르노코리아 차량을 선적하는데, 이들이 중국 물량으로 충분하니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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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건조 중인 자동차 운반선이 시장에 풀리는 2024년 이후까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운반선사인 현대글로비스·유코카캐리어가 남는 선복량이 있으면 두 회사 차량을 실어주겠다고 했지만, 큰 의미 없는 약속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주 고객인 현대차·기아 물량 운송만도 벅찬 처지여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컨테이너 수출이다. 컨테이너에 차량을 넣어 수출하는 방식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겹치며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컨테이너에 실린 수출용 중고차 모습. 한국무역협회
컨테이너에 실린 수출용 중고차 모습. 한국무역협회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컨테이너로 차량을 수출하고 있지만, 르노코리아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르노그룹 본사가 컨테이너 수출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024년 이후 선복량이 늘기 전까지는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비상대책반을 만들어 대응 중”이라며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어서 에이치엠엠(HMM) 등을 통해서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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