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공장. 연합뉴스
엘지(LG)에너지솔루션(엘지엔솔)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냈지만, 중국 시에이티엘(CATL)이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14일 시장조사기관 에스엔이(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중국 제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219.3GWh로, 전년에 견줘 45.2% 증가했다. 공급업체별로 보면, 엘지엔솔이 22.9% 늘어난 65.2GWh를 공급해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중국 시에이티엘이 파나소닉을 제치고 올랐다. 이 회사의 공급량은 48.8GWh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에스케이(SK)온은 27.8GWh, 삼성에스디아이(SDI)는 24GWh로 각각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3사의 점유율 합계는 53.4%로 집계됐다.
이 조사기관이 중국 시장을 제외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배터리 산업에서 자국 보호주의를 펼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외 배터리 공급업체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시에이티엘은 중국 시장을 포함한 조사결과에서는 압도적인 격차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배터리업체의 중국 외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에이티엘이 지난해 12월 독일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등 중국 업체들이 유럽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을 뒤집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포드는 13일(현지시각) 시에이티엘과 함께 35억달러(약 4조5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건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포드가 공장을 100% 소유하고, 시에이티엘은 생산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중국 기업은 현지 생산 조건을 갖춰도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우회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에스엔이리서치 관계자는 “엘지엔솔이 1위 자리를 지키며 2022년을 마무리했지만, 최근 미국 인플레 감축법 시행에도 중국 업체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계 3사와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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