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던 유통업계와 자영업자, 국내외에 공장을 둔 제조업체들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커지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사태 초기 중국산 부품 조달 부족으로 일부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면 최근엔 국내 사업장에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가 대거 생기면서 공장 폐쇄 및 사무실 출입 통제, 임직원 수백명 자가격리 등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엘지(LG)전자는 24일 인천사업장의 연구동을 하루 폐쇄하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했다. 해당 장소 근무자의 가족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22일부터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멈췄다 이날 오후 재가동에 들어갔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확진자 접촉 직원이 발견돼 지난 20일 이천캠퍼스 임직원 800여명을 격리 조처했고, 이날로 자가격리 대상은 550여명으로 줄었다.
자동차 업계도 다시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에 부품공장의 60%가량이 몰려 있고 이들 공장 직원들의 확진 여부와 조업 상황에 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산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생산라인을 일부 중단했다 이날부터 대부분 재가동을 시작했는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부품업체인 서진산업 경주공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뒤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와 공장이 폐쇄됐다. 서진산업은 현대차 1차 협력업체다. 현대차는 “재고가 충분해 차량 생산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으나,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쌍용차 평택공장에도 긴장이 감돈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올라온 연구소 직원의 부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구소 직원은 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자가격리됐다.
24일 상당수 가게가 영업을 중단한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지하상가가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부평/연합뉴스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한숨은 길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7~23일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4%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등포점, 대구상인점 등이 영업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 이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5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총 10개 매장의 폐쇄를 경험한 이마트에선 최근 마스크를 비롯해 생수와 라면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포항 오천장과 경주 안강장에서 과일을 파는 한 상인은 ‘시장 폐쇄’ 연락을 받고 급한 대로 귤 80상자를 페이스북을 통해 팔기로 했다. 이 상인은 통화에서 “5㎏ 한 박스를 1만원에 팔다가 딸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으로 5000원에 팔고 있다”며 “물건을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니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하게 파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 닫은 지점들의 식자재를 한곳으로 모아 조리한 음식을 마스크와 교환하는 프랜차이즈도 생겼다. 대구에 본점을 둔 베트남음식점 ‘더포’는 마스크 3개를 가져오면 1만원에 판매하는 양지쌀국수나 볶음밥으로 교환해주며, 마스크는 대구시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포 대표 김현규씨는 “본점을 제외한 대구·경북 전 지점이 문을 닫았다”며 “식자재를 본점에서 수거한 뒤 조리해 마스크와 교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경화 김윤주 기자,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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