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산업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전통적인 강자들도 강도 높은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렌터카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의 허츠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년간 허츠는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산업에 밀려 부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고,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된 올해 1분기에는 3억5600만달러(약 4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렌터카 수요가 급감한 데다 중고차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재고 가치도 하락한 탓이다. 허츠는 “언제 매출이 회복될지, 또 언제 중고차 시장이 완전히 재개될지 알 수 없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체는 이달 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르노는 소형 전기차 포포(Forfour) 등을 생산하는 슬로베니아 공장 전체 인력 3200명 중 4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프랑스 내 생산·조립공장 세 군데를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도 연간 고정 지출 28억달러(약 3조5000억원)을 줄이고 앞으로 2만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가 브랜드 닷선을 아예 폐지하고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자회사인 크루즈도 최근 전체 인력 2000여명 중 160여명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정부 지원이 절실한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르노에 50억유로(약 6조8000억원)를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프랑스 정부는 최근 르노의 공장 폐쇄 계획에 반대 뜻을 밝혔다.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2일 현지 라디오 방송 <유럽1>과 한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 없이는) 르노 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르노는 플랑 공장을 폐쇄해서는 안 되며 국내 고용 규모를 가능한 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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