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의 한 고속도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요소수 품귀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장거리 물류 운송 차량이 멈추고 단거리 택배 차량 운행에도 차질이 생겨 연말연시 물류 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요소수 품귀가 이어지면서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대형 화물차 기사들이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운행 중인 경유 화물차 중 약 55만대가 요소수를 넣어야 운행이 가능한데, 최근 요소수 한통(10ℓ) 거래 가격이 10만원까지 치솟아 기름값까지 감안했을 때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7년째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김아무개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운행하려면 15~20ℓ가 필요한데 며칠 사이 부산항 주변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 “어렵게 요소수를 구해도 차량 100ℓ 통 기준으로 30~40ℓ를 겨우 얻어 하루 이틀 운행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업계는 빠르면 1~2주 안에 운행을 멈추는 대형 화물차 기사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 화물차들이 멈춰 설 경우 택배 물류 시스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소형 택배 차량은 요소수 주입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어서 고객 배송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송 차량은 대부분 1t 규모의 소형 화물차여서 요소수를 한번 넣으면 3개월가량 운행이 가능하고,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도 전체 차량의 30% 안팎인 것으로 추산돼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택배 배송 기사는 “2016년부터 요소수가 필요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설치가 의무화돼서 요소수 부족이 길어져도 이전 등록 차량들로 비상 배송 계획들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물류센터로 상품을 운송하는 대형 화물차의 운행이 멈춰 설 경우 택배 대란이 불가피하다. 간선 차량으로 불리는 대형 화물차는 지역에서 상품을 싣고 각 택배사의 거점 물류센터로 이동하는데 이 단계가 멈춰 설 경우 이후 배송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택배사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연말까지 사용할 요소수를 확보할 방침이지만 상황이 더 길어질 경우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만 등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차 중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를 경우 ‘도미노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연말연시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같이 자체 배송시스템을 가진 이커머스 기업들은 상황에 대비할 수 있지만, 기존 택배사 배송에 의존해야 하는 기업들의 경우 배송 차질이 매출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선물 시즌을 맞아 판매 이벤트를 준비 중인데 변수가 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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