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도로에서 배송 기사가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명절 연휴 기간에도 식당 문을 연 자영업자 한아무개(서울 영등포구)씨는 평소 이용하는 배달대행업체가 연휴기간 동안 배달비에 ‘명절할증’을 붙인다고 통보해 몹시 당황했다고 했다. 한씨는 “거리에 따라 적게는 50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배달 팁을 추가로 붙인다고 하는데, 날씨 할증이나 피크타임 할증까지는 그렇다 쳐도 ‘명절할증’까지 붙인다니 자영업자는 어쩌란 거냐”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손해가 난 부분을 일부라도 만회하려고 명절 당일까지 영업을 하는 상황인데 속이 탄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느라 고향에 가지 못한 대학원생 정아무개(경기 오산)씨는 설 연휴 기간에 배달 음식을 시키려고 배달 앱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에도 자주 시켜먹는 식당인데 ‘배달업체의 명절할증으로 인해 추가 배달팁 1천원을 더 부과한다’는 안내가 돼 있었다. 정씨는 “안내문을 보면 배달대행업체에서 날씨 할증 1천원에 명절할증 1천원이 부과돼 점주도 1천원을 추가 부담하니 양해를 구한다고 돼 있었다”며 “설 명절인데 삼시세끼 라면만 끓여 먹기도 애매해 주문하긴 했지만 부담스럽긴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설 명절 연휴인 21~24일 사이에 전국 상당수 배달대행업체들이 ‘명절할증’ 명목으로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500원 이상 배달팁을 추가로 붙여 자영업자와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들끓고 있다.
특히 날씨가 영하 17도 이하로 뚝 떨어진 연휴 마지막 날(24일) 자영업자와 배달 소비자들의 부담이 곱절로 늘었다. 보통 배달대행업체들은 눈·비가 오거나 한파가 닥치면 ‘기상할증’을 붙이는데, 올해엔 명절 연휴와 한파가 겹치면서 ‘기상할증’에 더해 ‘명절할증’까지 붙으면서 기본 배달 단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연휴에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설 연휴 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설 전날엔 전주 대비 78.9%, 설 당일엔 52.3%, 설 다음 날엔 74.1%의 입점업체가 문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설 당일엔 절반가량이 휴점했지만, 나머지 연휴 기간엔 10곳 가운데 7~8곳이 영업을 한 셈이다.
배달 소비자들 역시 설 연휴 기간 주문을 계속했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휴 시작 당일부터 설 당일까지는 주문량이 전주 대비 19.3%, 14.5% 내림세였지만, 설 다음 날엔 주문량이 49.1% 늘었다. 연휴의 마감을 배달 음식으로 편하게 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아무개(48)씨는 “연휴에는 주문이 줄어드는 것을 알면서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문을 여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명절할증’에 화가 난다”며 “가뜩이나 배달비가 올라 주문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명절할증 비용을 손님에게 전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명절할증은 라이더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비용일 뿐, 대행업체가 가져가는 돈은 없다”며 “남들 다 쉬는 명절에 라이더들이 일하도록 독려하려면 ‘당근’(명절할증)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앱 3사는 점주들이나 소비자의 추가 부담 없이 각종 프로모션이나 지원책을 통해 라이더 수급에 나섰다. 배민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소속 라이더에게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고, 쿠팡이츠 역시 정규직 라이더에게 선물세트를 제공했다. 요기요는 익스프레스 라이더에게 설 연휴 기간 배달 건당 2천원을 추가 지급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