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박이 전문 프랜차이즈 이차돌은 점주들에게 고기를 시중가의 2배에 공급하고, 냅킨·물티슈·머리끈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강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어 최근에는 본사의 갑질에 대항하는 점주협의회 활동에 앞장서 온 점주협의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해지를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차돌 누리집 갈무리
가맹점에 고기를 시중 가격의 2배에 공급하고, 냅킨·물티슈·머리끈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강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프랜차이즈 ‘이차돌’ 본사가 언론보도와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 등에 협조한 점주협의회 회장에게 ‘계약해지’를 빌미로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점주협의회 쪽은 “본사가 쓰레기장까지 뒤져 ‘사입이 의심된다’며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겁박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차돌점주협의회장인 변아무개씨는 최근 본사 쪽으로부터 “고기 사입에 관한 의심 정황이 있으니 부가세 신고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받았다.
본사는 이 내용증명에서 “2022년 8~12월까지 귀점의 차돌박이 주문이 전혀 없었던 점을 들어 귀점의 자점매입(사입)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가세 신고자료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며 “가맹계약서 제27조 및 30조에 따르면 영업보고서·회계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청구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본사가 이차돌 점주협의회장의 점포 뒤편 쓰레기분리수거장에서 발견했다며 ‘사입의 증거’로 제시한 고기 박스 사진. 점주 제공
‘이차돌’ 본사는 앞서 지난해에도 같은 사안을 두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내용증명에서 본사는 변씨 점포 주변 쓰레기분리수거장까지 뒤진 것으로 나온다. 본사는 “매장 뒤편 쓰레기분리수거장에서 지점매입(사입)으로 의심되는 차돌박이 박스를 발견했는데, 인근에 차돌박이를 판매하는 (다른) 매장이 없다”며 이를 사입의 증거로 들기도 했다.
변씨는 본사의 이런 압박이 본보기성 보복 조처라고 주장한다. 변씨는 “이달 도래하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그간 점주협의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공정위 직권조사를 끌어낸 ‘죄’를 묻는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된다”며 “차돌박이 주문이 줄어든 것은 폐점하는 업주로부터 싸게 매입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계약서상 본사가 포스나 영업보고서 등을 요청할 권리가 있는 것은 맞지만, 부가세 신고자료 등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특히 언론보도로 인해 국회까지 나선 상황에서 계약해지를 빌미로 압박하는 것은 점주협의회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밖엔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위원은 냅킨·머리끈·고무장갑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가맹점에 강매하는 갑질을 막기 위해 일명 ‘이차돌·버거킹 횡포 방지법’(가맹사업법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차돌 본사 쪽은 <한겨레>에 “매장을 운영하지만 핵심 재료인 고기 발주가 없었던 달도 있는 등 사입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이차돌은 지난 2022년 12월에 이미 1차 내용증명을 보냈기 때문에 언론보도와 공정위 직권조사 등과 관련한 보복 조치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