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8일 오후 한 동료 교사가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앞에 놓인 추모 화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불똥이 한 김밥 프랜차이즈 본사로까지 옮겨붙었다. 해당 교사에게 수년 동안 지속적인 민원을 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가 대전에서 이 회사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한 탓이다.
10일 ‘바르다김선생’ 본사 쪽은 자사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해당 점포의 영업중단 소식을 알렸다.
본사 쪽은 “대전 가맹점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 중”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내용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중단 조치 중이며, 향후 사실관계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이상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전교사노조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ㅅ(42)씨가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7일 숨졌다.
ㅅ씨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ㅅ씨가 3년 전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고 올해 학교도 전근했으나 계속 고통을 호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교사노조 쪽은 ㅅ씨가 최근 서울 서초구 교사 사건 등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교사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지목되자, 누리꾼들이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랜차이즈 점포에 항의 글을 담은 포스트잇을 가득 붙여놓았다. 에스엔에스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인터넷에는 “악성 민원을 계속한 학부모 중 한 명이 대전 유성구에서 ‘바르다김선생’ 점포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퍼졌고, 누리꾼들은 해당 점포와 프랜차이즈 본사 에스엔에스 등을 찾아가 항의 글을 남겼다.
본사 에스엔에스에는 “이름과 다르게 선생 죽이는 김밥집을 더이상 이용하지 않겠다” “김선생 이름 바꾸라” “김밥에서 피 냄새가 난다”는 등의 항의가 이어졌고, 본사 인스타그램 계정은 아예 닫히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대전에 있는 해당 점포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공유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공분이 프랜차이즈 본사로까지 확산하자, 바르다김선생 본사는 해당 점포에 대해 영업정지 조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한 점주의 일탈적 행위에 프랜차이즈 본사에까지 책임을 묻는 등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