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오류로 평가결과를 수정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윤상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 류형선 기획재정부 평가분석과장.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과정에서 나타난 ‘계산 오류’를 일주일만에 수정하고 10개 기관의 평가 등급을 번복했다. 수정 결과, 5개 기관은 1등급 아래로 떨어졌고 다른 5개 기관은 1등급 상승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25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지난 18일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가 의결된 뒤 각 기관에 지표별 등급·점수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며 “점수 산정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이미 발표한 결과가 수정되는 등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추가 오류가 있는지 전반적인 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사회적가치 지표의 배점 적용 오류와 단순 평가점수 입력상 오류 등 2건을 최종 확인했다.
기재부는 매년 공공기관의 경영 실적을 평가해 ‘에스’(S·탁월)부터 ‘이’(E·아주 미흡)에 이르는 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 등급에 따라 직원 성과급은 물론 공공기관장의 해임까지 결정되곤 한다. 기재부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평가 등급 수정이 각 1건씩 있었다고 밝혔으나, 무더기로 평가 등급을 수정한 것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운영된 38년동안 올해가 처음이다.
오류를 정정해 재산정한 결과, 10개 기관의 종합등급이 수정됐다. 총 131곳 평가대상기관 가운데 ‘양호(B등급)’ 기관은 3곳이 감소했고 ‘보통(C등급)’ 기관은 5곳 증가, ‘미흡(D등급)’과 ‘아주 미흡(E등급)’ 기관은 각 1곳 씩 감소했다. 직원 성과급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관리, 주요사업 등 범주별 등급이 수정된 기관은 총 13곳이었다. 최근 문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공기업의 등급은 변함 없었다.
사상 초유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 번복은 각 기관에 내려진 후속조치도 바꿔놨다. ‘실적부진 기관’으로 분류돼 기관장 경고조치를 받았던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미흡’(D등급)에서 ‘보통’(C등급)으로 상향조정되면서 경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산업인력공단 등도 ‘보통’(C등급)으로 상향조정되어, 내년 경상경비 삭감(0.5∼1%포인트) 대상에서 빠졌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기존 ‘보통’(C등급)에서 ‘미흡’(D등급)으로 내려가 ‘실적부진 기관’으로 분류되고 경상경비 삭감 대상에 새로 추가됐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 오류의 원인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에 모든 것을 일임해온 구조를 꼽았다. 김윤상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그동안 경영평가의 객관성, 독립성 확보 및 보안 유지를 위해서 경영평가단의 독립성을 강하게 강조해 왔다. 그러다보니 평가단 내에서도 평가위원의 오류를 체크할 수 있는 내부검증 장치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기재부는 ‘검증 시스템’을 보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윤상 국장은 “내부적으로는 평가단 내 평가검정단을 신설해서 점수 산정의 오류나 기술적인 부분을 체크하도록 하겠다”며 “외부적으로는 우선 1단계로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기술적 검증시스템을 맡고, 그리고 평가 결과 확정 전에 대상기관들이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 등 모든 평가 결과를 사전에 확인하고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류 발생의 책임이 있는 평가단 관계자는 평가위원에서 해촉되고 앞으로도 위촉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이번 사고 관련 오류에 책임이 있는 평가단 관계자에 대해 책임에 상승한 엄중한 인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며 “아울러 공공기관연구센터(조세재정연구원)와 평가단 간에 평가용역 계약 위반 또는 불이행을 근거로 계약해지, 기성금 삭감 등 예산 회계상 조치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향후 계획에 사태와 관련한 기재부 담당자에 대한 조처는 일절 담기지 않았다. 안 차관은 “경영평가의 전반적 책임은 평가 업무를 총괄하는 기재부에 있다. 그런 부분에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 발생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도 개선 노력에 전념하며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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