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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보수 쪽 ‘공정·안심소득’ 저소득층에 초점…보편 복지와는 거리

등록 2021-07-06 04:59수정 2021-07-06 07:50

유승민 ‘공정소득’ 다듬는 중
기준소득 못 버는 개인에게 현금
오세훈은 ‘안심소득’ 제안 가공중
중위소득 밑돌면 가구별로 지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대표적 정치인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자, 보수 진영에서도 ‘우파 버전’ 소득보장제를 대항마로 제시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꼽히는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제안한 ‘공정소득’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궐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안심소득’이 대표적 사례다. 공정소득과 안심소득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의 일종인데, 소득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하고 현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는 구분된다.

 공정소득은 ‘개인’, 안심소득은 ‘가구’ 기준

유 전 의원은 공정소득에 대해 “부의 소득세와 똑같은 구상인데 알기 쉬운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개인’에게 부족한 소득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 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달액의 50%를 주는 모델로 기준소득을 연 400만~600만원 사이에서 시작하려고 재원 규모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기준소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기존에 받던 현금성 복지 수준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기준소득이 600만원으로 정해진다면, 연 소득이 400만원인 사람은 기준금액과 차이(600만원-400만원=200만원)의 절반인 100만원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소득이 전혀 없으면 기준소득의 절반인 300만원을 받는다.

공정소득은 대략 수십조원대 재원이 필요한 정책이다. 유 전 의원은 공정소득과 중복되는 성격을 가진 각종 현금성 복지를 통폐합하고, 지출 구조조정과 조세지출 축소 등을 통해 첫출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소득의 구체적인 기획을 맡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당장 증세 없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이 40조원 정도”라며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기준소득을 1200만원까지 올릴 계획인데, 그때는 소비세 중심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금성 복지는 통폐합하더라도 기존 사회복지는 상당 부분 공정소득과 병행된다. 저소득층 건강보험, 무주택자들의 주거복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보궐선거 당시 제안한 ‘안심소득’도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안심소득은 공정소득과 달리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된다는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연 소득이 중위소득에 못 미치는 가구를 대상으로 미달액(중위소득-연 소득)의 절반을 지급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대신 기초생활보장제도 가운데 생계·주거·자활급여 등과 근로·자녀장려금은 폐지한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 대 “공정소득은 차별소득”

기본소득도,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의 모태가 된 ‘부의 소득세’도 주요 선진국에서 아직 실현된 바 없다. 양쪽 모두 구체화된 정책의 세부안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 정교한 정책 토론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거친 공방만 반복된다. 유 전 의원은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고 불공정하며 반서민적인 정책”이라며, 이를 “가짜약 팔기”, “사기성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오 시장 역시 기본소득은 “금전 살포를 합리화하는 포장지”라는 입장이다. 기본소득은 보조금이 필요하지 않은 고소득층에까지 돈을 뿌리는 ‘가성비 낮은’ 정책이라는 얘기다.

이에 맞서 이 지사는 조세저항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반박한다. 이 지사는 공정소득을 비판하며 “회비 내는 사람과 회비 혜택받는 사람이 다른 계모임이 유지될 수 없는 것처럼 납세자가 배제된 차별적 현금복지정책은 조세저항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 지사 입장에선 안심소득과 공정소득 모두 소득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므로 “차별적”이라는 점도 주된 비판 논거다. 이 지사는 오 시장의 안심소득은 “차별급식 시즌2”, 유 전 의원의 공정소득은 “지속 불가능한 차별소득”이라며 깎아내렸다.

 중요한 건 ‘보편 복지’로의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보수 진영의 소득보장제를 두고 “담대한 기획”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보수 진영의 완강한 ‘복지확대 반대’ 의견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보수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은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정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복지 축소를 위한 ‘잔여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에게 두텁게 몰아주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회복지 대상을 빈곤층으로 한정 짓고 복지를 소극적 개념으로 만들어 가는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통하기도 하는 탓이다.

실제로 오 시장은 벌써부터 ‘퇴로’를 찾는 모양새다. 애초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미만’ 모든 가구를 포괄했는데, 최근 들어 오 시장은 “(안심소득) 대상을 중위소득 60%나 50% 정도로 더 축소할 경우에는 추가 투입 재원이 훨씬 더 줄게 된다”는 말로 한발 물러섰다.

유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는 ‘기준소득 1200만원’을 목표로 한다고는 해도, 대상 확대가 그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 공정소득을 소개하면서 유 전 의원이 거듭 ‘빈곤층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유 전 의원은 “공정소득은 출발점을 낮게 잡고 있어서 처음에는 중산층까지 가는 보편복지가 될 수는 없다. 기준점은 점차 상향조정되겠지만 매표를 위해 복지를 중산층까지 포괄하고 싶지는 않다”며 “공정소득으로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는 상당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최근 보수 진영의 소득보장 정책을 보면, 한국 보수가 중산층과 중산층 이하 시민의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꾀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당장은 복지를 확대하는 모습이더라도 어쩌면 미래 복지지출의 확장성을 제약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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