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소폭 오름세로 장을 시작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차트가 띄워져 있다.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9시 46분 기준 비트코인은 6천500만원대에 거래가 됐다. 연합뉴스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약관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약관을 심사해 15개 불공정약관 유형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시정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심사받은 거래소는 두나무, 빗썸코리아, 코빗 등 8곳이다. 약관법상 불공정약관의 경우 공정위의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거래소 8곳 모두 부당한 면책 조항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이 변경사항을 회사에 알리지 않거나 회사의 통지를 회원이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식이다. 한 거래소는 약관에 “회사는 회사에 링크된 연결사이트와 회원 간에 행해진 거래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일부 거래소는 특정 유튜브 채널 등 가산자산 관련 사이트의 링크를 제공한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고객의 손해는 사업자가 배상책임을 지는 게 민법상 기본원칙인 만큼 모두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봤다.
포인트를 임의로 회수하거나 환불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여럿 있었다. 한 거래소는 약관에 이벤트로 부여한 현금성 포인트를 회사 사정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적었다. 잔고가 최소 출금 가능 금액보다 적은 경우 회원에게 반환하지 않고 이용계약 해지 시 모두 소멸되도록 한 거래소도 있었다. 한 거래소는 “서비스 이용 과정상 회사가 취득하게 되는 이자 수입은 회사가 가상자산대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지며, 회원은 이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도 명시했다.
공정위는 고객의 재산권이나 활동에 기반한 이자 수입의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약 해지 시 원상회복의 의무를 저버린 잔고 소멸 조항이나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포인트 회수 조항도 위법이라고 봤다.
이밖에 7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약관 개정에 동의한다고 본 조항도 시정 권고를 받았다. ‘회원의 비정상적 이용’을 이유로 스테이킹 투자에 대한 보상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봤다. 스테이킹은 고객이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거래소에 맡긴 대가로 해당 가상자산을 추가 지급받는 서비스다.
공정위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은 16개 사업자 중 이번에 심사받지 않은 나머지 8곳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