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쿠팡의 ‘갑질’에 칼을 빼들었다. 쿠팡의 최저가 보장제가 납품업체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줬다는 판단을 내놨다. 쿠팡의 준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한편,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된 최저가 보장제를 겨냥한 경쟁당국의 제재 흐름도 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 “11번가 가격 올려라” 갑질한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쿠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다고 19일 밝혔다. 쿠팡이 공정위 제재로 억대 과징금을 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2018년 이 사건을 직권인지했으며, 2019년에는 LG생활건강도 같은 문제로 공정위에 신고를 넣었다.
사건의 핵심은 쿠팡의 최저가 매칭 제도다. 2016년부터 쿠팡은 11번가나 G마켓 같은 다른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을 낮추면 곧바로 쿠팡 가격도 여기에 맞추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른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다. 11번가에서 할인 행사를 하면 쿠팡은 마진이 줄거나 아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손실을 쿠팡은 납품업체들에 전가했다. 쿠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다른 온라인몰에서 할인을 하면 납품업체들에 다시 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과 유한킴벌리, 매일유업 등 총 101개 업체의 360개 상품을 이같이 관리했다. 손실 만회를 위해 광고 구매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총 128개 업체에 213건의 광고를 이런 이유로 팔았다.
아기 용품이나 생활필수품 할인 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들에 할인비용 전액을 떠넘긴 것도 확인됐다. 총 388개 업체가 57억원을 부담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의 분담 비율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은 또 연간 거래 기본계약에는 없는 판매장려금 104억원을 330개 업체로부터 받아갔다. 판매장려금이란 납품업체가 자사 상품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돈을 가리킨다.
공정위는 쿠팡의 최저가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거래상 지위란 대체거래선이 존재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협상력 차이가 큰 경우를 가리킨다. 쿠팡은 LG생활건강처럼 규모가 큰 납품업체 8곳에 한해서는 거래상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최근 온라인 유통업체 힘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지위가 확보됐다”며 “대기업 업체인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온라인 유통업체가) 우월적 힘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에겐 LG생활건강도 ‘을’이란 얘기다.
쿠팡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거 신생 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최저가 보장제로 소비자가 피 봤다”
공정위는 쿠팡이 가격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고도 강조했다. 다른 온라인몰이 할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탓에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저가 보장’이라는 명칭에 역행하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행태는 특히 빅테크 중심으로 문제가 되는 추세다. 다른 플랫폼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막는 ‘최혜국 대우’(MFN·Most-favored nation) 조항은 플랫폼의 대표적인 성장 전략이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은 이런 조항을 유지하다가 유럽 경쟁당국에서 지적을 받고 폐지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워싱턴DC 검찰도 이 문제로 아마존을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아마존의 이런 가격 정책 때문에 다른 오픈마켓상의 판매가격도 올라가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명시했다.
국내에서도 제재 흐름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공정위는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물렸다. 마찬가지로 배달 음식점들이 전화 주문이나 다른 배달앱을 통해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게 문제가 됐다. 당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최저가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이롭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장기적으로 배달앱 간 가격·서비스 경쟁은 줄어들고 이는 배달음식점의 수수료와 최종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우려가 더 크다”고 명시했다.
쿠팡의 최혜국 대우 조항도 향후 제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에 공정위는 쿠팡의 직매입거래만을 문제삼았지만, 최근 오픈마켓상의 최저가 정책도 들여다보고 있다. 유통업자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으로서의 쿠팡에 대한 제재가 본격적인 물살을 탈지 주목되는 이유다. 검색 알고리즘 조작이나 아이템 위너 제도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