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을 명분으로 시급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금리 보호를 받던 소상공인, 저소득층은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한은은 전체 실물 경제의 회복세를 보고 금리를 올렸으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은 이런 경기 회복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과 금융 정책 등의 보완이 빨리 이뤄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면서 전체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도 소비 위축 둔화, 수출 호조, 백신 확대 등으로 전체 경제 지표에 나타난 충격은 과거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총량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일부 자영업자 피해는 훨씬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지난달 카드 매출액은 1년 전보다 7.9% 증가하면서 의외로 양호했다. 반면 방역 조치에 취약한 소상공인 매출동향지수는 2019년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지난달 첫째 주 102.6을 기록한 후 셋째 주 93.7까지 하락했다. 특히 인원 제한 타격이 큰 음식·숙박·유흥 업종은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늘어나는 빚 부담도 문제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 빚이 있으며,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수 및 보유 부채의 비중은 전체 가계대출(2020년 말 기준)의 각각 6.4%, 5.3%다. 취약 차주는 금리 인상만으로도 연체율이 최대 2%포인트 뛸 수 있다.
전체 경제 상황과 자산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린 만큼, 정부와 한은이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해서 추가적인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우선 다음달 종료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제도는 한은이 금융기관에 연 0.25%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을 지원한다. 한은은 이 제도로 업체들의 평균 대출 금리가 0.26~1.26%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동시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은 물론 취약차주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금리 인상은 주택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수급여건이나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도 좌우되는 만큼, 주택공급 확대·투기 억제 등을 지속 추진해 부동산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약차주를 위해서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대환하는 지원, 서민금융 확대, 신용회복 지원 등의 방안이 있다. 희망회복자금 등 직접적인 현금지원과 소상공인 부가세·종합소득세 납부이월, 근로장려금 지원 등을 통해 더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9월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대출 만기연장 여부에 대해 9월 중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슬기 기자,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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