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다른 부처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해운업계 담합 사건을 입법으로 무마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해운법 개정과 관련한 이슈 등 공정위와 다른 부처 간의 의견 차이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직권으로 관계부처에 의견 제출 및 진술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규정해 관계 부처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보다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공정위의 제재를 입법으로 무력화하려 한 해양수산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해운업계 담합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차단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법안소위에 참석한
엄기두 해수부 차관은 “(법안심사소위에서) 또 계류시키면 저희는 저희대로 문제가 된다” “소위는 꼭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은 선사가) 잘못하는 것까지 봐주자는 게 아니다”라며 옹호론을 펼쳤다. 해수부가 앞장서서 해운업계 담합에 면죄부를 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공정위는 특정 업계의 담합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법 개정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 제재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다른 통로 대신 공식 창구를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조 위원장은 “조사·심의 중인 사안과 관련하여 정부 부처가 공정위에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하나, 보다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공식적인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봉삼 사무처장도 “사건 절차 규칙을 개정해 공식화하겠다”고 했다.
해운업계 담합 사건은 예정대로 공정위 심의 절차를 밟는다. 조 위원장은 “이런 제도 보완이 타 부처 의견에 공정위 판단을 구속시키거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도 함께 강조한다”며 “어떤 사건이든 상정되고 나면 심의를 통해서만 종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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