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전체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되는 모습이다. 혹시라도 요소수 부족이 장기화되면 국내 생산 및 투자, 소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연말 경기 회복세가 요소수에 발목이 잡힌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는 지난 3분기 0.3% 성장(속보치)하면서 경기 개선 흐름이 주춤했다. 그러나 정부는 4분기 경기 반등을 예상한다. 근거는 설비·건설투자 회복,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인한 민간소비 증가, 수출 호조세 지속 등이다.
그런데 요소수 부족은 관련 요인들에 악재다. 요소수를 직접 사용하는 업종은 철강, 화력 발전, 시멘트 등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3분기 건설투자(-3.0%), 설비투자(-2.3%)가 모두 전 분기보다 감소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정부는 공급망 차질이 4분기에 서서히 해소되면서 투자 부문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요소수 부족으로 제조업, 건설업 현장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투자 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 더구나 현재 공급망 차질은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투자까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 부진을 겪으면 경기 반등이 더욱 어려워진다.
만약 요소수 부족이 물류대란으로 번지면 위드 코로나 효과도 반감된다. 3분기 우리 경제 성장세가 둔화한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에 위드 코로나는 연말 소비 심리를 되살리면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물류대란으로 원부자재 및 생필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대중교통도 멈춰 서면 경제 주체들의 소비도 다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수출은 요소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 경기를 방어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최근 수출은 단가가 상승해 물량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 등 공급망 차질이 조금이라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요소수 부족 사태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물류 차질이 생길 경우 자재 및 부품 조달 어려움으로 경제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공급망에 취약한 제조업의 경우 투자 및 수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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