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납세 유예 ‘법 위반’ 주장은 가짜뉴스”…전문가들 “위반 소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진 중인 국세 납부 유예가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에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이 오히려 잘못된 주장이란 반박이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세금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꼼수다, 국세기본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납세 유예는 필요에 따라 매년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장 지난 8월 말에도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납세자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대규모 유예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민주당 주장처럼 세수를 내년으로 넘겨잡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국세징수법상) 요건이 안 맞는 것을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 유예할 경우 국세징수법에 저촉되므로 그런 측면에서 어렵다”고 밝힌 것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윤호중 원내대표의 주장이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국세징수법(제13조)은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다. 세무서장이 △납세자가 재난 또는 도난으로 재산에 심한 손실을 입은 경우 △납세자가 경영하는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 또는 도산의 우려가 있는 경우 △납세자 또는 그 동거가족이 질병이나 중상해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또는 사망하여 상중인 경우 △그 밖에 납세자가 국세를 납부기한 등까지 납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등이다. 즉, 납세자의 어려운 사정이 인정될 때만 납부 기한을 연장해줄 수 있다. 국세청이 소상공인의 종합소득세 중간납부분을 3개월 유예한 것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년에 쓰기 위한 납부 유예는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납부 유예를 할 경우 법 위반 논란으로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추가 세수를 활용하고자 하면 뚜렷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납부 유예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은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 분권’과도 어긋난다. 정부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의 일정 부분을 지방에 건네는 지방소비세율을 2020년 21%로 10%포인트 올리는 등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노력해왔다. 민주당 주장대로 10조원 이상의 세수를 내년에 걷을 경우 지방이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교부금 지급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정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