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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33개월째 증가 ‘1인 사장님’ 이면엔…‘자영업 구조조정’ 있다

등록 2021-11-19 05:00수정 2021-11-19 11:52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주로 ‘운수 창고업’ 증가
전통적 자영업 아예 접고 배달 뛰어 든 사람들
코로나19 이후 무인 점포 확대도 증가세 영향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한경식(26·가명)씨는 지난 8월부터 배달 일을 한다. 직전 2년 동안엔 번화가에서 의류·가방 등을 파는 상점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자 가게를 접고 배달 기사가 된 것이다. 한씨는 “모든 자영업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일단 배달 업계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점자(69·가명)씨는 최근 무인 계산대 설치를 고민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난 이후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는다. 최근들어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일손이 늘었다. 김 씨는 “무인 계산대 설치에 약 2천만원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아르바이트 한 명을 쓰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1인 사장님’으로 볼 수 있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33개월 연속 늘고 있다. 경기 악화와 인건비 부담 증가로 직원을 내보낸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세 자영업자가 업종을 바꿔 배달 시장에 뛰어들거나 무인 사업으로 진출한 영향도 발견된다. 1인 사장님 증가 현상에는 일종의 산업 구조조정도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18일 <한겨레>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년 간(2019년 10월∼2021년 10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세(13만5천명)는 주로 ‘운수 및 창고업’에서 관찰된다. 운수 및 창고업에서 8만4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 3만8천명, 제조업 1만7천명 등으로 1인 사장님이 늘었다. 도매 및 소매업에선 3만6천명 줄었다.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는 자영업자의 규모와 업종을 동시에 분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운수 및 창고업’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로 보인다. 현장에서 근로자와 사업자의 모호한 경계선에 놓이는 이들이 통계상으로는 ‘1인 자영업자’로 잡히고 있다는 얘기다.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등 무인 점포 역시 사장 1명에 고용원을 두지 않는 형태로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로 집계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배달원 증가로 운수 및 창고업에서 많이 늘고 있으며, 무인 점포 확대는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의 통계에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 보고서도 이런 흐름을 일부 포착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1년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들은 저임금 근로자 또는 미취업 형태로 전환된 경우가 많았다. 직원 해고 뒤 가게를 유지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의 전환은 적었다.

이런 흐름은 그만큼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도 좀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 배달업 및 무인 사업에 진출한 사람들 중에는 직원 조정 등으로도 기존 전통적인 자영업을 유지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변화를 선택한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이들이 향한 곳은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플랫폼 일자리이거나 빠른 기계화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기에 늘어나는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은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에 (정책 당국은)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8년 조사를 보면 흔히 자영업자로 보는 비임금근로자 중 상당 부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근에는 배달업 등 플랫폼 노동자 증가로 비중이 훨씬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전통적인 자영업자가 아닌 다른 형태의 취약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염두에 두고 고용 안정망을 좀더 포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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