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어시장이 김장철을 맞아 새우젓을 사려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나타났다. 9년11개월 만의 최고치다.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정부는 12월에는 오름폭이 안정되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은 애초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지만, 정작 한은은 연간 상승률이 전망치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3.7% 올랐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로 약 10년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나타낸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10월부터 3%대에 진입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2.3%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소비자물가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축소되면서 공공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가격 오름세가 많이 확대돼 상승 폭이 전월보다 0.5%포인트 확대됐다”고 말했다.
물가 3.7% 상승을 가장 크게 견인한 품목은 석유류였다. 석유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35.5% 상승해 2008년 7월(35.5%)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휘발유(33.4%), 경유(39.7%), 자동차용 엘피지(LPG)(38.1%) 뿐만 아니라 등유(31.1%)도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하면서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한 바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총 3번에 걸쳐 진행되는 물가 조사 가운데 1번만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면서 11월 물가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을 합친 공업제품 물가는 1년 전보다 5.5% 올라 2011년 11월(6.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오름세가 확대됐다. 개인서비스는 지난 4월부터 2%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11월에는 3% 올랐다. 2012년 1월(3.1%)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해 외식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과거 5년 평균 외식물가 상승률은 0.09%에 불과했는데 지난달에는 0.6%나 올랐다. 생선회는 9.6% 올랐고 피자도 6%나 올랐다. 기재부는 “경기회복세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른 음식점 매출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안정세를 보였던 농·축·수산물도 지난달엔 크게 뛰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한파·병해가 닥친 데다 예년보다 김장철이 빨리 찾아오면서 1년 전보다 7.6% 올랐다. 통상 김장철은 11월 하순부터 12월 상순 즈음인데 올해는 10월부터 한파특보가 발령되는 등 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11월에 김장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한파로 인해 배추무름병과 오이·호박 바이러스가 유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입 쇠고기(24.6%), 돼지고기(14%) 등 축산물도 15% 올랐다.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3% 올라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골라 작성해 ‘체감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5.2% 올라 2011년 8월(5.2%)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정부는 앞서 한은이 내놓은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 2.3%를 넘어서지는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지난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4%라고 밝힌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전 세계적 물가 오름세 속에 우리는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12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유류세 인하 효과, 김장 조기종료 등으로 상승폭 둔화가 전망된다. 연간으로는 한은,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최근 전망치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내놨던 한은은 전망치 수정을 시사하고 나섰다. 한은은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11월 물가상승률이 10월 수준(3.2%)을 웃돌 것으로 보았으나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올해 연간 상승률은 전망치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국제유가 흐름,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점차 둔화되겠으나 수요측 물가상승압력 확대, 공급병목의 영향 등으로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지혜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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