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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뉴스AS] 물밀듯이 오르는 물가, ‘상승 소용돌이’ 멎어야 잡힌다

등록 2021-12-22 04:59수정 2021-12-22 09:59

유가·세계공급망 차질 등 큰 영향
세계물가 1%p 뛰면 국내 0.26%p 올라
전기료·유류세 등 가격 억제정책
수개월뒤 물가상승 부메랑 되기도
“물가 상승→임금·상품가격 인상
2차 파급 효과 막는데 주력해야”
지난달 2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내년 상반기까지 2%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본다. 물가 오름폭이 상당 기간 비교적 높게 형성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대응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 세계적 공급 차질에 따른 제품 품귀 현상 등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은 전 세계 물가가 1%포인트 뛰면 국내 물가는 0.2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어느 때보다 국내외 물가 동조화 현상이 커졌다고 당국은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와 한은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과 상품 가격에 재료비 전가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물가 상승 소용돌이’를 최대한 막거나 줄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 제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2차 상승 압력’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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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급등 해외 영향 커

올해 비교적 높은 물가 상승률은 상당부분 해외 요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11월 물가상승률을 품목성질 별로 기여도를 따져보면, 기여도가 큰 품목 앞자리엔 석유류(1.32%포인트)와 개인서비스(0.96%포인트), 농축수산물(0.64%포인트), 가공식품(0.26%포인트) 등 유가, 국제 원자재 가격, 세계적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품목의 기여도가 큰 까닭은 한국 경제의 수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단 낮아졌지만 대략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 비중은 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글로벌 물가와 국내 물가의 동조화 현상은 과거보다 부쩍 뚜렷해진 상황이다. 한은 분석을 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단순 상관계수는 2000~2007년 0.28에서 2010~2021년 0.78로 크게 상승했다. 한은의 또다른 분석에선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올랐을 때 국내 물가는 과거(2000~2007년)엔 0.1%포인트, 최근(2010~2021년)에 들어선 0.2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국내 정책 당국의 물가 관리 효과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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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이 부메랑되기도

정부가 전기요금 동결과 유류세 인하 등 공공서비스 가격 억제에만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금이라도 물가 오름폭을 줄여보자는 정책 노력이지만, 일부에선 이런 노력이 수개월 후엔 더 큰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억누른 것이 일정 기간 뒤에 튀어버리는 ‘조삼모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물가 상승률(3.2%) 중 무려 0.7%포인트가 전년 이동통신요금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였던 것이 대표 사례다. 2018년부터 정부가 확대한 무상급식·보육 정책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부터 오히려 물가 지표를 높이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비슷한 사례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도 인위적 가격 통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기·가스요금 동결은 공기업 적자로 이어져 언젠가는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1970~1980년대 미국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현상)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닉슨과 카터 행정부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세무 조사까지 동원해 임금과 기업 제품에 대한 강력한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했으나 중기적 시계에서의 물가 오름폭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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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상승 효과 차단 주력

한은을 포함해 국내 주요 기관은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이는 당국의 물가 관리 노력 덕택이라기보다는 그 즈음이 되면 국제 유가와 같은 국제 요인이 진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가의 2차 상승 위험에는 당국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료비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본격적인 기업들의 생산비 전가로 물가 상승세가 더 탄력을 받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면, 임금 인상 요구도 강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강화된다. 이미 향후 1년 뒤 물가 상승률 예측 설문 결과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 2.7%로 3년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바 있다.

한은은 내년 추가 금리 인상 뜻을 내비치는 까닭도 2차 물가 상승 차단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최근 물가 오름세는 글로벌 공급 요인이 그 전보다는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물가 안정 효과가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제약될 수 있지만,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공급 요인에 의한 2차 파급 효과를 제약함으로써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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