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원자재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원자재를 주로 해외에서 조달하는 우리 경제는 수출을 많이 해도 비싼 수입 가격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낼 우려가 커졌다. 실제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째 적자다. 다만 이보다 포괄 범위가 넓거나 세밀한 경상수지는 원자재 비상에도 아직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는 모두 외국과 상품을 사고, 판 결과다. 그러나 경상수지는 일단 수출입 차이 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본원소득수지를 포함하므로 무역수지보다 범위가 넓다. 그런데도 두 지수를 함께 비교하는 것은 경상수지 내 비중이 가장 큰 상품수지가 무역수지와 동일하게 수출입(수출액-수입액)을 집계해서다.
하지만 두 지수의 수출입 집계 방식에도 다소 차이는 있다. 무역수지는 ‘관세선’이 기준이며,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 시점이 기준이다. 이처럼 다른 방식은 의외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선박 수출이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차이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선박 수출의 경우 배가 완성될 때까지 2~3년이 소요된다. 이에 아파트 분양대금 지급처럼 선금, 중도금, 잔금의 단계를 거친다. 이를 무역수지는 관세선을 넘어 완성된 배가 고객에게 전달될 때 모든 금액을 한꺼번에 수출액에 반영한다. 반면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단계별로 받는 돈을 그때그때 수출액에 집계한다.
중계무역 순수출 부분도 두 수지가 차이나게 하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국내 공장이 아닌 베트남 공장에서 핸드폰을 만들어 미국에 팔았다면 우리 관세선을 넘은 적이 없으므로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이것을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 수출액으로 반영한다.
수입액 집계 방식도 일부 상이하다. 운임 보험료는 수입을 해오는 쪽이 부담하는데, 무역수지는 이를 모두 수입액에 포함하지만,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수입액 집계에서 제외한다. 그리고 경상수지는 운임 보험료를 서비스수지 항목에서 포착하는데, 이것도 다 반영하는 게 아니라 국내 거주자-우리 국적 선사 거래는 빼버린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의 걱정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동반 적자 가능성이다. 가장 최근 동반 적자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 발생했다. 그런데 현재 무역 거래 상황은 두 지수의 차이점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유다.
국내 조선 업계는 작년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지난해와 올해 업체들이 받는 선금과 중도금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중계무역 순수출 역시 지난해 221억달러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일 정도로 호황을 보이고 있다. 선박 수출에 따른 선금과 중도금이 반영되고, 중계무역 순수출도 늘고 있어 경상수지가 무역수지보다 수출액을 더 많이 포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경상수지는 운임 및 보험료가 세밀하게 조정되면서 수입 부분의 부담이 무역수지보다 적을 수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의 상품수지 외 서비스 및 본원소득수지도 국내 운송사들의 수입 증가, 내국인의 해외 투자로 인한 배당금 증가 등으로 적자 폭이 축소되거나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전체 수지에 보탬이 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무역수지의 적자 전환으로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두 지수의 포괄 범위 차이를 고려할 경우 최근 경상수지에 더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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