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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영업자 수입 줄어들 때, 고소득층은 배당소득까지 늘었다

등록 2022-02-28 04:59수정 2022-02-28 07:25

코로나19 1년 누가 웃고 울었나
2020년 귀속 국세통계연보 분석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재원 논란이 뒤따라 붙는다. 시장 금리를 자극하거나 재정의 지속성을 훼손하지 않고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들이 한 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증세를 재원 확충의 선택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도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 소득이 크게 불어난 계층과 집단이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은 국채 발행과 같이 돈을 빌려 피해 지원 재원을 마련하더라도 재정의 안정성을 보완하고 나아가 계층 간 연대라는 사회 공동체 정신의 토대도 닦을 수 있는 길도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1년 누가 웃고 울었나

개인 차원에서의 소득 구성과 변화는 국세청이 매년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와 이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 가늠할 수 있다. 27일 <한겨레>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통합소득 1천분위 자료를 분석해보니,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 소득 상위 계층일수록 소득이 한 해 전에 견줘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0년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낸 사람의 1인당 연소득은 3697만원으로 한 해 전보다 2.2% 늘었다. 하지만 전체 소득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상위 10%에 속한 사람의 1인당 소득(1억3673만원)은 같은 기간 3.4% 증가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증가율은 더 커졌는데 상위 1%는 6.2%, 상위 0.1%에 속한 사람의 연소득 증가율은 무려 전체 평균보다 4배 남짓 웃도는 9.6%였다.

누군가 평균보다 더 벌었으면 또 다른 누군가는 평균보다 덜 벌기 마련이다.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같은 기간 늘기는커녕 2.2% 줄어들었다. 이들 계층의 소득은 2017년 4.3%, 2018년 6.1%, 2019년 2.1%로 증가폭은 다소 널을 뛰었으나 꾸준히 늘어난 바 있다. 그만큼 소득 하위 계층에겐 코로나19는 ‘재앙’에 가까웠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영세자영업자에 가혹했던 코로나19

소득을 종류별로 뜯어보면 코로나19가 각 계층에 드리운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코로나19 첫해 가장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소득은 통합소득 중 사업소득과 배당소득이었다. 사업소득은 저소득층을 울게 했고 고소득층은 불어난 배당소득으로 얼굴이 활짝 폈다.

구체적으로 2020년 사업소득자는 551만6561명이었는데 이들의 1인당 평균 사업소득은 2049만원으로 1년 전보다 3.1% 감소했다. 사업소득자는 법인세를 내지 않는 음식점이나 주점, 책방, 병원, 약국, 학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일부 소상공인을 가리킨다. 특히 하위 30%에 속하는 사업소득자의 소득 감소율은 무려 12.9%였다. 코로나19 대유행기 동안 가혹한 상황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의 처지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상위 0.1%(1만1천명)의 소득 점유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고소득자의 전유물인 배당소득(약 28조원)은 한 해 전보다 10%나 늘었다. 특히 배당소득 기준 상위 0.1%에 속한 사람들이 받아간 배당소득은 같은 기간 17%나 증가했다. 이들은 1년 전보다 1인당 평균 1억8250만원을 더 받아 약 12억5천만원의 배당소득을 올렸다. 2020년 주요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불어나면서 현금 배당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2020년 영업이익은 한 해 전보다 29.6%, 배당의 재원이 되는 당기순이익은 21.4%나 늘었다.

이 외에 근로소득도 소득 계층에 따라 명암이 갈렸다.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3828만원으로 한 해 전보다 2.3% 올랐는데, 같은 기간 상위 0.1%와 1%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평균을 크게 웃도는 8.6%와 5.6%였다. 반면 하위 30%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0.4%로 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0.5%)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질소득 기준으로는 감소했다는 뜻이다.

부동산·주식 급등 고려하면?

통합소득은 근로·사업·이자배당 소득을 합한 소득이다. 증여나 상속, 부동산·주식 등 자산 매매로 얻은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산 가격이 급등한 시기에 통합소득만 분석할 경우엔 계층별 소득 증가율 격차를 과소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은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급등했고 그에 따라 양도소득이 고소득층에서 크게 발생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실제 코로나19가 소득 계층별로 미친 충격은 (통합소득 분석 결과보다)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통합소득과 통합된 정보는 없지만 기업 대주주의 주식 양도 차익과 고가 주택 양도 차익 정보는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2020·2021 국세통계연보(2019·2020년 귀속 소득 기준)를 분석해보니, 2020년 고가(공시가격 기준 9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 따라 중개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뺀 양도 차익은 10조3천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5배 급증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고가 주택이 늘고 매매 거래(자산 건수 기준)가 2만7천건에서 4만5천건으로 급증해서다. 기업 대주주들의 상장 주식 양도 차익 또한 같은 기간 4조4천억원에서 7조3천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폭증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박친 기업 수두룩

이런 ‘이익 쏠림’은 기업 소득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최신 국세통계연보는 기업의 경우 2019년 귀속 소득 정보까지만 담겨 있는 터라 이 자료에서 코로나19 유행 시작 이후 기업의 소득 변화를 파악할 수 없다.

그 대신 한국은행이 매년 전 산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기업경영분석’이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거래소 실적 분석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기업 내 소득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첫해 때아닌 호황을 맞아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기업이 한두곳이 아니다.

우선 한은 자료를 보면, 2020년 전 산업 영업이익은 총 174조43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들도 코로나19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업 간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숙박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1254% 감소했으나, 반도체 제조업은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2.3배 늘었다. 가정용기기 제조업(2.2배), 방송업(3.3배)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으며, 통신판매업의 이익증가율은 861.6%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지난해 1~9월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8.2% 늘었다. 분석 대상 기업 중 매출액 비중이 12.3%에 이르는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이익증가율은 114.5%까지 치솟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율을 웃돈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운수창고업(731.5%, 이하 해당 산업 이익증가율)·화학업(452.2%), 철강금속업(302.8%)에 주로 포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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