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그룹이 공시에서 총수의 여동생을 혈연이 없는 ‘인척’으로 분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동생이 기혼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본 것인데, 허위공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호반건설그룹은 지난해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서 김점희씨를 동일인(총수)의 ‘인척 4촌 이내’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척 2촌’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인척은 혈연이 아닌 혼인으로 맺어진 친척을 일컫는 말이다. 며느리나 사위, 형부, 매제 등이 해당한다. 김점희씨는 동일인인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여동생이어서 혈족으로 분류해야 한다.
호반건설그룹은 김점희씨가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인척이라고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서 김점희씨는 남편 김용삼씨와 같은 칸에 나란히 위치했다. 김상열 회장 입장에서 인척에 해당하는 매제 김용삼씨를 기준으로 부부를 묶은 것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실무자가 김용삼씨와 통일해서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대기업에서는 찾기 힘든 관행이다. <한겨레>가 지난해 기준 상위 20개 대기업집단의 공시를 살펴본 결과, 동일인의 여자 형제나 딸 등을 기혼이라는 이유로 인척으로 분류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씨제이이엔엠(CJ ENM) 부사장이 한 예다. 이경후 부사장은 혈족으로, 이 부사장의 남편인 정종환 제일제당 부사장은 인척으로 따로 분류돼 있다.
호반건설그룹의 공시는 허위공시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공시를 보는 이들에게 김점희씨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점희씨는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영암마트운남점과 열린개발의 지분을 각각 50%, 40% 갖고 있다. 최근 김상열 회장은 영암마트운남점 등의
계열사를 4년간 은폐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사안을 검토한 뒤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현황을 허위로 공시한 기업에는 100만∼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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