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가 예정된 일정보다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1분기 안에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에서 한 발 물러선 꼴이다. 플랫폼 규제에 반대하는 인수위원회 기류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빅테크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공정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이날까지도 카카오모빌리티에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2020년 택시 단체들의 신고를 받아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 ‘카카오 T 블루’에 일반 택시호출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가 밝혔던 시점보다 조사 일정이 늦춰진 것이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2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대한 빨리, 이르면 1분기 이내에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이 직접 제재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공정위 조사·제재는 심사관이 조사를 마무리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전원회의에서 이 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 피심인의 해명을 들은 뒤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공정위 내부에서 인수위의 ‘플랫폼 규제 완화’ 기류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 내부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익명을 요청하며 “인수위 기조에 반기를 드는 행보로 보일까봐 공정위가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건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전형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자사 우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제재 결과가 주목돼왔다. 기업이 일종의 장터 기능을 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팔리는 상품 중 자사 상품에 더 유리한 조건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심판 겸 선수’ 이론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도입하기로 최종 합의한
디지털시장법(DMA)은 아예 이런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사이 카카오 쪽은 ‘상생’을 앞세우는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자율적인 상생을 내걸었던 윤석열 당선자의 플랫폼 공약에 발맞춘 행보란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오해와 우려를 불식한다는 취지”라며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의 원리를 일부 공개했다.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취지지만, 공정위가 집중해 살펴본 것으로 알려진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공정위는 도착 예정 시간(ETA) 등의 값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를 우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29일 서울개인택시조합과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양쪽의 입장 차가 커 실질적인 상생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배차 알고리즘을 아예 제3의 업체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반면, 카카오 쪽은 “알고리즘은 우리 사업의 핵심이라서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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