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플랫폼 규제 바람이 거세지면서 국내에서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산분리와 유사한 원칙을 적용해
플랫폼 기업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만큼 찬반 논쟁도 뜨겁다. 향후 국내 입법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28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경쟁법적 대응 현황’을 주제로 학술행사를 열었다. 서울대 경쟁법센터, 고려대 ICR센터와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김형배 공정거래조정원장은 “혁신을 먹고 자라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제는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집단지성을 활용해 고민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플랫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다. 온라인 플랫폼의 주요 특징으로는 심판과 선수를 겸한다는 점이 꼽힌다. 이때 플랫폼은 스스로에게 유리한 규칙을 설정할 유인과 능력이 생긴다. 이른바 ‘자사 우대’다.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검색 결과에 먼저 노출되게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공정위가 조사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이런 가능성을 봉쇄하는 구조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쿠팡이 오픈마켓 사업을 하면서 직접 상품을 팔지 못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문제를 감안하면 사후적 제재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도 이런 취지에서
플랫폼 독점 종식법을 통과시켰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은 데이터 우위”라며 “플랫폼은 입점 업체가 언제 어떤 상품을 어떤 이용자에게 판매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조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시장의 경쟁적 시장구조와 플랫폼 이용자를 보호하면서도 소비자의 후생을 충분히 증가시키고 온라인 시장의 혁신을 촉진할 것인지 의문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시장구조와 경쟁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회의적”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서는 제재 자체의 근거를 재검토해야 의견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홍 변호사는 “플랫폼의 자사 우대를 규제하는 근거가 소비자 오인 방지와 경쟁 촉진 중 어느 쪽인지에 따라 규제 적용대상의 범위가 결정된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좌장을 맡은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플랫폼을 향한 관심은) 과학적 분석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접근에 가깝다”며 “경쟁법 질서 형성의 측면에서 플랫폼 이슈의 정치화가 바람직한 현상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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