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장법은) 좋은 원칙이지만 구체적이지는 않죠. 기업들이 직접 기준점을 제시해야 할 겁니다.”(3월25일,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 국무장관)
유럽이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입법 과제를 마무리지었다. 한 달 사이에 2개 법안에 최종 합의하며 이례적으로 속도를 냈다. 그럼에도 유럽의 선전포고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의 해석이 필요한 사후규제가 많은 데다,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당국의 낮은 이해도도 걸림돌로 남아 있는 탓이다. 유럽의 행보는 전세계 경쟁당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유럽 의회
발표 자료를 보면,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일부 조항을 추상적인 수준으로 남길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앱 마켓, 검색 엔진, 소셜 미디어에 적용되는
프랜드(FRAND) 원칙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 등을 상대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거래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앱결제 수수료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세드릭 오 장관은 “가령 (입점업체가 플랫폼에) 얼마만큼의 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며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기준점을 플랫폼 기업들이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방향성은 일정 부분 기업들의 행보에 달린 셈이다.
경쟁당국의 제재 역량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연합은 기업들이 먼저 구체적인 원칙을 세우면, 집행위원회에서 이를 관리·감독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규제당국의 ‘정보 열위’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테크 기업들의 신기술이나 복잡한 사업 구조를 당국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탓이다. 국내 인앱결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시간도 기업 편이다. 유럽이 두 법안에서 제재 강도를 대폭 높이긴 했지만, 기업들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제재가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기업들이 법을 준수하는 데 기술적으로 필요한 시간도 있다. 한 예가 왓츠앱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다른 소규모 메신저와 상호 호환되도록 한 조항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영상 메시지의 경우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모두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야심차게 두 법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즈>(NYT)는 “유럽은 법을 집행할 때보다 문서상에서 더 강력해 보일 때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