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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MB가 깎아줬다 원상복귀했는데…법인세 감세 3대 쟁점

등록 2022-06-08 09:00수정 2022-06-08 10:39

①법인세 부담 국제비교 어려워
②통계 수치도 기준 제각각
③감세 기대효과 모호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인세를 개편하겠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장들을 만나 이렇게 약속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한 이후 14년 만에 법인세 감세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성장 전략이 이전 정부와 180도 달라질 거란 신호탄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기업 세금을 더 걷어 가계 지원에 쓰겠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반면 새 정부는 수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불어난 기업 이익이 투자 등을 통해 서민·중소기업으로 흐르는 ‘낙수 효과’를 노린다. 감세의 적정성과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법인세 부담, 국제 비교 어려워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하겠다며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업의 세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것이다. 각국이 법으로 정한 최고세율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21.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오이시디 회원국들이 지난 20여년 사이 법인세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실효세율)은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난 2014년 16%(이하 신고기준)에서 2019년 19.1%로 올라갔다. 박근혜 정부의 비과세·감면 축소, 문재인 정부의 최고세율 인상 영향이다. 그러나 2020년 17.5%로 낮아지며 문재인 정부 초반으로 돌아갔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면서 기업이 고용 없이 투자만 늘려도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통합 투자 세액 공제’ 제도도 슬쩍 신설했다”며 “연 소득 3천억원 이상 기업에 적용하는 법정 최고세율만 보고 다른 나라보다 전반적으로 법인세 부담이 크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각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국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세금 부담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감세 추진에도 뚜렷한 근거가 없는 셈이다.

재계 주장 근거도 신뢰성↓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 논에 물 대기’ 식 주장도 적지 않다. 주로 재계 단체가 내놓는 기업의 세 부담 통계가 대표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법인세 부담률(세전 이익 대비 법인세 비용)은 25.2%로 경쟁사인 미국 애플(13.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경련 쪽은 이 수치를 각 기업의 회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를 통해 직접 공시한 세 부담 자료를 이용해 계산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신뢰성이 낮다고 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실제 국세청에 내는 법인세는 회계상의 순이익을 세법상 이익과 비용을 반영한 과세 소득으로 바꾸는 세무 조정 과정을 거쳐서 구한다”며 “전경련 자료는 참고 자료 정도로 쓸 순 있겠으나 실제 세 부담이 이렇다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감세 정책 효과 제각각

감세 정책의 효과도 단언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연구 보고서마다 내놓는 결론이 제각각이어서다. 국내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시행한 첫해인 2009년 연간 경제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외려 0.8%로 곤두박질했다. 세계 금융위기라는 외부 변수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법인세율을 종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이 감세로 늘어난 여유 자금을 자국 내 투자보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에 쏟아부으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에선 법인세 감세가 소액주주 배당 등 주주 환원으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지배주주 개인의 영향력이 큰 대형 상장사들은 소액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데 인색한 편이어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 2002∼2014년 국내 상장사를 분석해 봤더니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 투자율(전체 자산 대비 유형자산 투자 비율)은 0.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우리나라 경영진은 미국보다 사익 추구 정도가 월등히 높아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단기적으로 28% 정도 감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소수 지배 주주의 개인적 이익 추구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 법인세 감세도 ‘맹탕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의 기대 효과는 모호하지만, 치러야 할 비용은 명확하다. 세수 감소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 뒤이어 정권을 넘겨받은 박근혜 정부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것) 사태를 겪고 소득세·법인세·담뱃세 등 증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전 정부에서 깎아준 세금이 도로 원상 복귀한 셈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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