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발언 여파로 글로벌 달러는 한층 더 ‘초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달러 고공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발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힘을 잃은데다, 유럽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유로화 추락이 가속화하고 있는 탓이다.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통화긴축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전망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달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한때 70%대를 기록했다. 0.50%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20%대 후반까지 줄었다. 잭슨홀 회의 이후 연준이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 모습이다. 그러면 미국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3.00∼3.25%로 한국 기준금리(2.50%)보다 최대 0.75%포인트 높아진다.
달러 가치의 고공행진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달 초중순 104대까지 내려왔던 달러인덱스(유로·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이제 109(1973년 3월=100 기준)를 넘나들고 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이날 한때 달러 인덱스는 109.44으로 치솟으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조만간 110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유럽 경제 상황은 달러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통화긴축 국면과 겹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투자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배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3일까지 일주일간 유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순매도 포지션이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유로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그만큼 우세하다는 의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에 가속 페달을 밟을 이유는 더 커지고 있다. 자국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특히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시름을 앓는 유럽 경제 동향에 이목이 쏠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에 이어 다음달에도 빅스텝(0.50%포인트)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핀란드 중앙은행의 올리 렌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환율이 물가에 영향을 주는) 간접 통로는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하나의 지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크게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유로화 추락의 배경에는 미국발 금리 인상보다 에너지 위기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의 추가적인 가스 공급 제한 여부와 유럽 내 에너지 가격 추이가 유로화 향방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독일 중앙은행은 천연가스 시장의 영향으로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하강 추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각)
언급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