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1.3원)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미국 ‘잭슨홀 미팅’(26일 현지시각)에서 나온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공격적 통화긴축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가 2%대 폭락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은 물론 직접적인 물량개입(추정)에도 나섰으나 치솟는 환율을 저지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0원 오른 1350.4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28일(1356.80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파월 발언으로 더욱 거세진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에 전날 종가보다 11.2원 오른 1342.5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키워 장중 1350원을 돌파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350.8원이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8%(54.14) 내린 2426.89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2.81%(22.56) 하락한 779.89에 거래가 끝났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0.128%포인트 오른(채권값 하락) 연 3.653%에 마감됐다.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심포지엄에서 나온 파월 의장의 매파(긴축정책 선호) 발언으로 크게 흔들렸다. 파월은 연설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상당한 기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강한 통화긴축 예고에 ‘최후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109선으로 올라섰다. 2002년 6월(종가 109.63)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높다.
이날 외환당국이 오전에 구두개입에 나섰고 오후에는 외환보유고를 동원한 물량 개입(보유 달러 매도) 조처에도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환율 오름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외화자금 조달 지원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국채 등을 활용해 민간 차원에서의 외화조달이 더욱 용이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국내 금융회사를 상대로 이날부터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시작했다. 국내 은행들이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외화증권자산(미 국채 등)을 빌린 뒤 해외 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달러 자금을 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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