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작하기 전 경제적·정책적 타당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는 낮추고 복지 사업에는 높인다. 에스오시는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하고, 복지사업은 ‘시범사업’을 먼저 거친 뒤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조사 기준을 현실화하면서도 운용은 엄격히 해 세금 낭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나, 자칫 자의적으로 운용될 경우 에스오시와 복지 사업 간 불공정 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예타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편안을 보면 에스오시와 연구개발(R&D)인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이 ‘총사업비 1천억원·국비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개편안 실시로 조사 대상에서 빠지는 총사업비 500억∼1천억원 구간 사업은 사업 부처가 사전타당성조사 등 자체 검증을 하게 된다. 기존 기준(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은 1999년에 정해진 것으로, 그 동안 경제·재정규모가 3배 이상 커진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복지사업은 예타 착수 전에 ‘시범사업 평가’ 단계가 신설된다. 재정당국이 시범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사업수행 부처는 의무적으로 시범사업을 해야 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예비타당성조사 수행기관은 제출된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검증해 예타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복지사업은 일단 재정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이후 사업 중단이 어려운 비가역적 특성이 있다”며 “신규 사업 추진 여부 판단 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복지사업에 대해서는 평가 결과 산출때 ‘조건부 추진’ 점수 구간은 줄이고, ‘전면 재기획’ 점수 구간은 확대해 더 깐깐하게 운용할 예정이다. 복지사업을 비롯한, 에스오시·연구개발이 아닌 모든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은 총사업비 500억원으로 유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에스오시는 지금까지도 엄격히 예비타당성조사가 운용되고 있었다가 이번에 대상 기준을 변화된 경제·재정 환경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고, 복지는 지금까지 다소 관대하게 평가되고 있었다고 보고 재정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조사를 더 엄격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면제 요건은 구체화된다. 조사 면제는 이명박 정부 90건(61조1천억원), 박근혜 정부 94건(25조원), 문재인 정부 149건(120조1천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정부는 앞으로는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더라도, ‘‘사업규모·사업비 등의 세부 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조달·운영계획, 정책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업일 때만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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