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4개월째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는 데다 중국의 봉쇄조치와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 6월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밝혔는데 넉 달 연속으로 같은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기조, 중국 봉쇄조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및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 판단의 근거를 대외 요인에서 찾았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인 중국에서 봉쇄조치가 계속되면서 중국 자체의 경기도 부진한 편이고,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면서 우리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 부분의 수출 탄력도 약화되는 모습이 3∼4개월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경기 둔화가 확대됐다고 하기에는 아직까지 소비 측면에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소비 회복과 수출 약화가 서로 병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나 3개월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이 과장은 “8월 무역수지가 종전 역대 최대인 지난 1월 적자 규모(49억500만 달러)보다 40억 달러 이상 늘었기 때문에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서비스 수지나 소득 수지 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적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3% 줄어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다섯 달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민간소비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대면서비스업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 8월 카드 국내승인액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18.4%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민간소비가 경기를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다. 소비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등의 제약요인들이 있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는 유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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