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수출이 1년 전보다 2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기 둔화가 반도체 수요에 직격탄을 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7억97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2%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가 5일로 지난해(5.5일)보다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평균 수출액이 1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56억2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3% 감소해 무역수지는 38억2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억34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달러로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이 20% 넘게 줄어든 배경에는 반도체 수요 둔화가 있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기동향’에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반도체 수출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연구원은 “대외 여건의 악화로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경기회복세가 제약됐다”며 “반도체는 수요 둔화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도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은 22억27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6% 감소했다. 대외 여건 악화가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이어져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액도 줄어든 것이다. 이미 지난달 국내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4.2%나 줄어 2008년 12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인 바 있다. 반도체 부문 가동률은 전월 대비 12.2% 감소했고 재고는 3.8% 증가하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10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한국은행)가 73(전망)으로 전월 대비 9포인트나 급감했다.
중국의 경기 부진도 우리 수출 감소에 미친 영향이 만만치 않다. 이달 1∼10일 중국시장 수출액은 29억87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4%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중국은 내수가 일부 개선되었으나 수출과 부동산 투자가 위축되고 극단적인 방역 정책(제로 코로나)도 유지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 수출액은 16억33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4% 줄었고, 베트남시장 수출액도 12억7800만달러로 11.9% 감소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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